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올해 일본 해안에서 북한 어선이 표류한 채 발견된 사례는 43건이다. 이번 달에도 5차례에 걸쳐 북한 어선이 일본으로 떠밀려왔다. 표류된 어선에서 북한 사람들이 구조됐고, 일부 어선에서는 시신이 발견됐다.
해상보안청은 28일 홋카이도 마쓰마에 앞 바다 무인도에 국적불명의 목조선이 떠내려왔다고 밝혔다. 이날 파도가 높아 접안하지 못한 연안 경비대는 29일 오전 섬에 들어가 조사했다.
27일 일본 아키타현 오가시 해수욕장에서 발견된 7m 길이의 목조선에서는 시신 8구가 있었고, 일부는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배에는 국적을 식별할 만한 물건은 없었지만, 발견된 어선은 그간 북한에서 밀려왔던 선박과 비슷한 형태였다. 일본 요미구리 신문은 28일 해당 목조선이 대륙에서 일본으로 부는 강한 북서풍을 타고 북한에서 내려왔다고 밝혔다.
23일엔 아키타현 유리혼죠시 해안에서 남성 8명이 탄 북한 국적의 오징어잡이 목조선이 발견됐다. 당시 남성들은 “북한에서 왔다”면서 “한 달 전쯤 배가 고장이 나 표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북한에서 떠내려온 목조선은 2013년 80건, 2014년 65건, 2015년 45건, 2016년 66건이 있었다. 올해에는 약 43건이 발견됐다. 11월15일 이후 발견된 배에서는 17명이 시신으로 발견됐고, 11명은 일본 정부가 보호하고 있다. 일부는 요청에 따라 북한으로 돌아갔다.
일본 세이가쿠인 대학의 교수·북한 전문가 사토루 미야모토는 CNN에 “2013년부터 일본에 표류하는 북한 선박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군대 수익을 늘이기 위해 어업을 확대·장려하면서 일어난 일”이라며 “어업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군인들이 쓰던 오래된 선박으로 무리하게 조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제재 강화로 부족해진 식량을 보완하기 위해 북한 정부는 어업을 장려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달 7일 사설에서 “수산 전선은 인민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전선”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서해와 동해 어업권을 중국에 매각하면서, 북한 어선은 북한 연안이 아닌 500㎞가량 떨어진 먼 바다까지 출항해야 한다.
NHK에 따르면 북한 어선들은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는 야마토다이까지 나와 일본 측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조업을 하고 있다. 야마토다이는 수심 300m의 깊이에 오징어·게 등이 풍부하게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해안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북한 어선들이 늘어나자 아베 총리는 22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위법일 뿐 아니라 일본 어업자의 안전한 조업을 방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로서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올 7월 초부터 8월에 걸쳐 처음으로 대규모 단속에 나섰다. 800척 이상의 불법 어선을 추방했다. 올 11월 중순까지 경고를 받고 물러난 북한 어선은 1900건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