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오전 3시17분 기습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만3000㎞까지 비행할 수 있어 미국 수도인 워싱턴을 사정권에 뒀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번 미사일은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가장 높은 고도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갑자기 늘어난 미사일 도달 고도를 고려하면 북한이 이 미사일에 ‘가짜 탄두’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비영리 과학자단체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물리학자 겸 미사일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는 UCS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이번에 각도를 높여 발사했다”며 “미사일이 도달 거리를 최대화하는 정상 고도로 비행했다면 사거리가 1만3000㎞에 달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는 “이 미사일은 고각(高角)으로 각각 37분과 47분을 날았던 이전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보다 두드러지게 사거리가 길다”면서 “이런 미사일은 워싱턴DC에 충분히 도달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양에서 워싱턴DC까지 거리는 약 1만1000㎞다. 이 경우 워싱턴주뿐만 아니라 유럽과 호주에도 미사일이 떨어질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솔직히 북한이 이전에 쏜 미사일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고 백악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기본적으로 세계 모든 곳을 위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계속 만들려 하고 있고, 이번 발사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를 실제로 위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사일의 탄두 중량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갑자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핵탄두 무게보다 훨씬 가벼운 가짜 탄두가 장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라이트의 주장에 대해 “그 미사일의 적재량은 공개되지 않았다”며 “거리의 증가를 고려하면 매우 가벼운 탄두를 쓴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라이트 역시 “그게 사실이라면 그 미사일은 먼 거리까지 핵탄두를 운반할 수 없다”고 답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