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성·새벽3시·이동식’ 기습발사… 文대통령 “다 알고 있었다”

입력 2017-11-29 08:43

북한이 75일간의 침묵을 깨고 29일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16번째,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1번째인 이번 도발의 가장 큰 특징은 ‘기습’이다.

북한은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쏘아 보냈다. 지금껏 한 번도 미사일 발사시험을 해본 적이 없는 장소였다. 발사시각은 ‘오전 3시17분’. 주로 해 뜰 무렵의 여명에 미사일을 발사하던 행태에서 벗어나 캄캄한 밤중을 택했다. 그리고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했다.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다고 공언한 뒤 북한은 고정식 대신 바퀴 달린 이동식 발사대에 미사일을 싣고 다니며 도발하고 있다.

◇ 이례적인 ‘평성, 새벽 3시, 이동식’ 발사

이처럼 75일간 자제해온 미사일 도발을 전격 재개하며 ‘평성’에서 ‘오전 3시17분’에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했다. 두 가지 의도가 담겨 있다. 북한은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호언했다. 기습적인 발사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의 허를 찔러 그 능력을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북한이 새로운 곳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며 "장거리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할 수 있다는 것으로, 기습능력 있다는 것을 함께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도 "평성은 특별한 것이 없는 지역이다. 이동식 발사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택한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한국과 미국의 사전 탐지 능력을 시험해보는 것이다. 오전 3시17분이라는 시각에 그런 의도가 엿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밤에는 위성 등으로 탐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회피 목적으로 이 시간대 도발을 한 것 같다"며 "최대한 발사 자체를 은닉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사전에 탐지가 가능하고 대비가 가능한지 점검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 역시 이례적인 文대통령 언급 “다 보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 약 2시간40분 만인 오전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소집해 주재했다. 북한을 향해 쏟아낸 ‘경고’의 발언 중 이례적인 대목이 있었다.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되 긴장이 격화되어 불행한 사태가 발현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 나가겠다"면서 "이번 도발은 미리 예고되었고, 사전에 우리 정부에 의해 파악됐다. 대비 태세도 준비해 두었다. 국민들께서는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과거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때도 정부는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음을 내비치곤 했다. 그러나 주로 청와대 관계자나 군 당국자의 입을 통해 그런 사실이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부의 대처 능력을 알리는 동시에 김정은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왜 평성에서 쐈는지, 왜 오밤중에 쐈는지, 왜 이동식 발사대를 끌고 다니는지 다 알고 있으며 그런 모습을 속속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오판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문 대통령의 공개적인 발언에 담겨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6분 만인 오전 3시23분 동해상으로 적 도발 원점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지·해·공 동시 탄착 개념을 적용한 미사일 합동 정밀타격훈련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사격훈련에는 육군 미사일부대, 해군 이지스함, 공군 KF-16 등이 참가해 해성-II(함대지), 현무-II(지대지), SPICE-2000(공대지) 미사일을 각 1발씩 발사했다. 적 도발 원점을 가정한 목표지점에 3발이 동시에 탄착됐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번 사격훈련은 우리 군의 정찰감시 자산으로 적 도발징후를 포착하고 지속 감시하면서 대공경계 및 방어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지·해·공 미사일 동시탄착(TOT) 개념을 적용한 합동 정밀타격으로 적 미사일 기지를 일거에 궤멸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군이 북한의 군사동향을 24시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도발 시에는 지상, 해상, 공중에서 언제든지 도발원점과 핵심시설 등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北 미사일 고도 4500㎞, 비행거리는 960㎞… “ICBM급 추정”

합참은 북한이 동해상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고도는 약 4500㎞, 예상 비행거리는 약 960㎞”라고 밝혔다. 최대고도와 비행거리로 추정할 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28일 발사한 '화성-14형'은 최대고도 3724.9㎞, 비행거리 998㎞로, 이번에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고도가 약 800㎞ 정도 더 높다.

롭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초기 평가 결과 북한이 쏜 미사일이 ICBM으로 보인다며, 미사일은 발사 지점에서 약 1000㎞를 날아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일본 방위성도 이날 새벽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NHK방송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발사한 것으로 확인된 비행 물체 3개 중 하나가 아오모리 현에서 서쪽으로 210㎞ 떨어진 EEZ 해상에 추락했다고 전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