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존엄한 죽음을 택한 환자가 지난 40일간 7명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명은 가족 의견에 의해 연명의료가 중단됐다. 2명은 스스로의 의지로 치료를 멈췄다. 연명의료 거부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도 약 2200명에 육박했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2197건, 연명의료계획서 11건이 전국 13개 기관에서 접수됐다고 28일 밝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고,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진이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임종기·말기 환자가 대상이다.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작성·등록은 5개 기관, 연명의료계획서는 10개 기관(중복 2개)에서 진행 중이다.
존엄사를 택한 환자 7명 가운데 2명은 작성해둔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등의 치료를 유보·중단했다. 환자가족 전원이 합의해 치료를 멈춘 경우는 한 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4건은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 중 2명 이상의 진술로 치료를 유보·중단했다. 자녀 2명이 “평소 부모님은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진술할 경우 앞으로도 치료 중단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연명의료를 유보·중단한 환자는 대체로 1주일 이내에 사망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경우 비교적 성과가 뚜렷했다. 시행 첫 주 203건에서 매주 100여건씩 늘어 5주째에는 한 주에 685건이나 작성됐다. 여성(69%)이 남성(31%)보다 배 이상 많았고 연령대는 70대가 748건(34%)으로 많았다.
반면 연명의료계획서는 작성 여부를 좀 더 신중히 결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를 고려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달리 당장 임박한 임종 과정에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사가 진행한 상담 건수는 총 44건인데 실제 계획서를 작성한 건수는 11건(사망자 2명 포함)에 그쳤다. 10명은 말기 암환자였고 1명은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자였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의사를 밝힌 환자는 보통 의사와 30분∼1시간이 소요되는 상담을 2∼3회 갖는다.
복지부는 사회적 협의기구인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수용한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도 마련키로 했다. 지난 8일 위원회는 현재 4가지로 제한된 유보·중단 가능한 연명의료에 다른 시술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고, 말기·임종기 환자뿐만 아니라 수개월 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도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명의료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의 시행을 2019년 2월까지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있는 말기환자는 의사 1명의 판단으로도 임종과정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의결했다. 복지부는 “개정안 준비 작업과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의료진에게 지급되는 별도 수가 개발, 말기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서비스 확충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 시행을 위한 체계 정비를 위해 시범사업 종료일인 내년 1월 15일부터 2월 4일까지는 한시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모두 작성할 수 없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