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한 해 ‘50만건’ 추정… 출생아 ‘40만명’보다 많아

입력 2017-11-28 21:55

국내 연간 임신중절(낙태) 건수가 최대 50만건에 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출생아 수인 약 40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국가 차원에서 경제적 문제 등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환경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명배 배재대 실버보건학과, 김춘배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보건행정학회지 최근호에 기고한 ‘소셜 빅데이터를 이용한 낙태의 경향성과 정책적 예방전략’ 논문에서 “2007년부터 9년간 낙태에 대한 검색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니 뚜렷한 증가 및 감소 추세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28일 밝혔다. 소셜 빅데이터는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검색 건수와 같은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네이버 빅데이터 포털 데이터 랩을 바탕으로 국내 낙태 경향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2007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낙태 검색량에선 큰 변화가 관측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비슷한 현황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란 다른 전문가들의 기존 예측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라고 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2011년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05년 약 34만2000여건에서 2010년 16만9000여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추정한 것과 차이가 있다. 이들은 낙태 건수가 과소 집계됐을 가능성이 높아 추정 건수를 상회할 것으로 봤다.

박 교수는 “낙태 통계가 자가 응답을 통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응답을 꺼리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며 “국내 낙태시술 건수는 2005년 복지부 발표 자료를 기초로 해도 연간 약 50만건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국내 연간 낙태시술 건수가 50만건이라고 가정하면 출생아보다 낙태로 세상 빛을 보지 못한 태아가 더 많은 셈이다.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혼모나 비혼모들은 아이를 가져도 가졌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경제적 지원마저 미비하다”며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은 낳을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사회적 억압과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경 사단법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법이라는 것은 평등해야 하는데 임신도 여자 책임, 낙태도 여자 책임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여자들이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아이돌봄 서비스나 양육비 지원 등이 현실에 맞게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이택현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