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나 주재 '가짜 美 대사관' 소동 전말은?

입력 2017-11-28 17:14
아프리카 가나에서 10년 가까이 가짜 미국 대사관을 운영하며 비자를 발급한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고 미 국무부가 4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미 대사관으로 사칭되던 건물 외관. 출처 = 미 국무부

지난해 가나의 한 인터넷 매체가 올린 ‘가짜 뉴스’…美·英·獨·中 언론 보도

지난해 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한 인터넷 언론이 올린 가짜 뉴스를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 다수의 외신들이 잇따라 보도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일 호기심을 야기시키는 기사 하나가 웹사이트 ‘가나비지니스뉴스닷컴(GhanaBusinessNews.com)’에 올라왔다. 헤드라인은 “가나 보안당국이 (수도)아크라에 있는 가짜 미 대사관을 폐쇄했다”는 것이었다.

기사의 내용은 가나 수도에서 지난 10년간 사기꾼들이 가짜 미 대사관을 세워놓고 가짜 비자를 발급해 돈을 번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사기꾼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건물에 미 성조기와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사기를 쳤다. 사기꾼들의 배후에는 범죄 네트워크가 있었으며, 이들은 사기 광고를 하거나 사기를 칠 고객들을 찾기 위해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외진 마을들을 돌아다녔다. 또 자신들의 말에 속아 넘어간 고객들을 아크라로 데리고 온 뒤 6000달러(약 650만원)를 받고 미국 입국 비자를 발급했다.

이 기사가 가나비즈니스뉴스닷컴에 올라가자 반응은 뜨거웠다. 가나비지니스뉴스닷컴 측은 “그 기사가 나간 지 한 시간 안에 클릭수가 2만뷰에 달했다”고 했다. 이 기사를 이틀 뒤 로이터통신이 받았고, 그런 다음 미 폭스뉴스, 독일 도이체벨레, 중국 신화통신, 영국 더 선 등 다른 외신들도 쓰기 시작하면서 국제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가디언은 이 모든 이야기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로이터통신은 당시 가나형사국(Ghana Detectives Bureau)의 도움으로 미국인들이 가짜 대사관을 습격했고, 체포된 사람들도 여러 명이었으며 가나 관리들이 10개 국가들의 여권 150개를 확보했다고 보도했지만 그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가나에서는 워낙 해외 국가를 방문하기 위한 비자를 받기가 어렵고, 따라서 비자 사기범죄가 적지 않기 때문에 위 기사를 더욱 그럴 듯하게 받아들여졌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당시 가나 당국은 이 같은 허위소문의 진원지가 미 국무부 홈페이지라고 지목했지만, 아크라 주재 미 대사관 측은 “모르는 일”이라고 가나 당국에 입장을 전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