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플피디아] 배설물은 나의 일부다… ‘몸속의 지문’ 마이크로바이옴

입력 2017-11-28 16:48 수정 2017-11-28 19:49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 설치된 금변기. 뉴시스

인간은 모두 다르다. 얼굴의 윤곽, 목소리, 지문, 홍채, 정맥처럼 타인과 구별할 개성을 가졌다. 이 개성으로 스마트폰에서 금융을 거래하고 현관의 도어록을 열 수 있다. 인간의 신체를 활용한 보안 기술, 바로 생체인증이다. 이제 배설물도 인간의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가능성을 예고했다.

1. “인간의 배설물, 반세기 가까이 지나도 45% 일치”

AFP통신은 28일 배설물에서 인간의 개성을 찾은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자국의 유명 팝아티스트 빌리 애플(82)의 1970년작 ‘닦아낸 배설물(Excretory Wipings)’에 실제로 전시됐던 작가 본인의 배설물로부터 미생물을 추출했다. 그리고 작품 전시 46년 뒤인 지난해 애플의 배설물 속 미생물과 비교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46년 전과 지금의 배설물 속 미생물은 45%가량 일치했다. 애플은 작품을 전시한 뒤 나이를 먹었고 주거지와 식생활을 바꿨지만 그의 체내 미생물 집단, 즉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절반 가까이 변하지 않은 셈이다. 연구진은 학술지 ‘휴먼마이크로바이옴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의료계에서 환자를 진단할 때 유전자뿐 아니라 마이크로바이옴을 고려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의료나 식문화 이외의 산업에 응용될 수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배설물에서 지문과 같은 개인차가 나타났다”며 생체인증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드시 ‘볼일’을 보지 않아도 체내 미생물을 장에서 추출할 방법만 연구되면 생체인증에 접목할 수 있다.

픽사베이 그래픽

2.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일부일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 이 유전정보를 게놈(genome)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게놈을 통해 피부부터 뼛속까지 신체의 모든 기관을 구성하고 서로를 구별할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게놈만 인간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오클랜드대 연구진은 몸속에 서식하며 한평생을 공존하는 마이크로바이옴도 게놈처럼 인간마다 다른 특징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인간의 일부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생물학계는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의 인체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속속 입증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신진대사와 발병률을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알레르기, 아토피, 비만 같은 대사질환부터 심장병, 장염까지 체내 미생물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오클랜드대 생물학자 저스틴 오슐리번 박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방법으로 체내 기관과 작용해 인간의 건강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표준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생물학계는 2007년 마이크로바이옴콘서시움(IHMC)을 조직해 각국의 학술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이 자료는 의료부터 요식, 정보통신기술(IT)까지 여러 산업에 적용된다. 한국은 2011년 8번째 회원국으로 IHMC에 가입했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마이크로바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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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