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가운데 9명은 평소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명 중 7명은 스스로를 ’타임 푸어’로 여기고 있었다. 시간 부족 때문에 건강과 대인관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 직장인 71% “나는 시간 빈곤 상태… 건강·인간관계 포기”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최근 2030세대 직장인 11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응답자들은 ‘평소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89.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이 시간 부족을 느낄 때는 ‘아침에 일어날 때’(28.0%)가 가장 많았다. 출근 전 수면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루 동안 온전한 여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늦잠·낮잠 등 원 없이 잠자기’가 22.7%로 1위에 올랐다.
직장인 중 시간 ‘부족’을 넘어 시간이 ‘빈곤’하다고까지 생각하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 중 70.9%였다. 특히 기혼 직장인은 74.2%가 스스로를 ‘타임 푸어’라고 했다. 미혼 직장인의 68.5%가 그렇게 답한 것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성별로는 남성 70.9%, 여성 71.0%로 큰 차이가 없었다.
시간 빈곤에 허덕이는 직장인들은 ‘체력·건강 관리’(49.6%·복수 응답)를 가장 많이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대인관계(46.0%), 자기계발(37.5%), 충분한 휴식(37.3%), 취미·여가(29.9%), 외모관리(25.2%), 땡(칼)퇴근(24.0%), 연애·데이트(18.7%), 평일 가족과의 식사(14.9%) 등이 뒤를 이었다.
◇ 타임푸어 한국인 ‘930만명’
한국고용정보원이 2014년 미국 레비경제연구소와 함께 연구해 공개한 ‘소득과 시간 빈곤 계층을 위한 고용복지정책 수립 방안’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전체 노동인구 중 42%가 ‘시간 빈곤’ 상태였다. 숫자로는 930만명에 달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시간 빈곤’에 대한 연구 결과였다.
연구에 적용된 ‘시간 빈곤’의 개념은 1주일 168시간 중에서 개인 관리와 가사·보육 등 가계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뺀 시간이 주당 근로시간보다 적을 경우였다. 시간 빈곤 노동자의 95%가 35시간 이상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였고, 맞벌이 가정은 시간 부족률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시간 부족은 소득이 적은 가구에 실질적인 위험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 부족을 대체할 노동력을 구매할 ‘비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득 분위 4∼5분위에 위치한 여성의 경우 시간 부족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소득 90%를 지출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가장이나 배우자 중 1명 이상이 취업한 취업가구에서 소득 빈곤층의 비중은 공식 빈곤율(2.6%)의 3배인 7.5%까지 높아졌다. 월 평균 소득 부족액도 기존 25만원에서 44만원으로 높아졌다.
여성의 취약성도 더 높아졌다. 시간 부족을 겪는 이들 중 56%에 달하는 510만명이 여성이었다. 가사일 분담 문제가 발생하는 맞벌이 가정에서도 88%가 시간 부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수행한 고용정보원 권태희 박사는 4일 “시간 부족이 고려되니 기존에는 빈곤층이 아니었던 계층이 빈곤층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빈곤의 크기도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고용과 복지 정책에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시간’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