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76세가 되는 저에게 이 윈도우 배경화면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약 10억명이 본 사진의 작가로서, 그간 이 명성을 1분 1초도 빼놓지 않고 즐겼으니까요.”
윈도우 XP의 상징적 바탕화면 ‘축복’은 단순한 그래픽디자인이 아니었다. 이 사진 뒤에 숨어 있던 ‘익명의 작가’ 찰스 척 오리어는 21년 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이 역사적 사진을 찍게 됐다.
1996년 1월 그는 여자친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로 향했다. 차를 몰고 팰로앨토 포도밭을 지날 때 그의 눈은 밝은 초록색 언덕과 그 뒤로 펼쳐지는 푸른 하늘에 사로잡혔다. 즉시 차를 세운 뒤 카메라 두 대를 들고 내려 셔터를 눌렀다. 이렇게 탄생한 사진이 작품 ‘축복’이다.
오리어는 이 사진을 촬영한 뒤 미국 광고회사로 보냈다. 그 후 마이크로 소프트가 2000년 이 사진의 저작권을 샀다. 윈도우 XP 론칭 1년 전 일어난 일이었다. 이렇게 윈도우 XP의 기본 바탕화면으로 채택된 오리어의 사진은 16년간 윈도우 사용자들의 기본 화면이 됐다.
척 오리어는 오랜 세월 세계를 누비며 사진을 찍었고, 25년간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가로 활약했다.
바탕화면계의 역사를 쓴 오리어는 올해 “바탕화면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북미로 향했다. 독일 국책항공사 루프트한자에서 진행하는 ‘미국의 새로운 시각’ 프로젝트를 맡아 북미에서 스마트폰에 알맞은 크기의 배경화면을 촬영했다. 그가 찍은 콜로라도주 ‘마룬벨’, 유타주 ‘피커부 협곡’, 애리조나주 ‘화이트 포켓’은 모두 스마트폰용으로 촬영된 세로 사진이다.
그는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으로 새롭고 흥미로운 사진을 접하게 됐다”며 “나의 새로운 작품이 또다시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