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년 1월 퇴임 예정인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을 이을 차기 대법관으로 안철상(60·사법연수원 15기) 대전지방법원장과 민유숙(52·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임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첫 대법관 인선이다.
김 대법원장은 “후보자 중 사회 정의 실현 및 국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 뛰어난 능력을 겸비했다고 판단된 인물을 제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남 합천 출신인 안철상 법원장은 건국대 법대를 졸업했다. 민유숙 부장판사는 서울 출신에 배화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이번 임명 제청은 김 대법원장의 향후 인사 방향을 예상해보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일단 ‘사법부의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안 법원장과 민 부장판사는 모두 현직 법관이다. 법원 내부에서 대법관 후보를 발탁해 첫 인선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그러면서 ‘파격’의 면모를 함께 담았다. 안 법원장은 건국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대·50대·법관’이라는 남성 대법관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민 부장판사는 사법부에서 첫 영장전담 판사를 지낸 여성 법관이다. 남편은 국민의당 문병호 전 의원으로, 문 전 의원은 현재 국민의당 국가대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법원 내 승진코스로 꼽히는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은 없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지난 23일 9명의 후보 명단을 전달받은 지 5일 만에 2명을 선택했다. 대법원은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며 안 원장과 민 부장판사의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제청된 대법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안철상 원장은 1986년 마산지법 전주지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부산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대법원장 비서실장,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민유숙 부장판사는 1989년 인천지법에서 임관해 서울가정법원·광주지법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고법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앞서 추천위는 법원 내·외부로부터 추천을 받아 심사에 동의한 법관 25명과 변호사 3명 등 28명의 천거명단을 바탕으로 의견서와 여러 심사 자료를 통해 대법관으로서 자질과 능력, 재산형성, 납세, 병역, 도덕성 등을 검증해 9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 9명은 판사 8명, 변호사 1명으로 구성됐다. 판사 중 5명이 현직 법원장이었으며 나머지 3명은 여성 부장판사가 추천됐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