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는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거나 약물치료를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후자는 심리적인 접근과 환경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 제대로 치료가 안되면 사이코패스 등으로 진행되기 쉽다. 매우 위험한 폭력성이다.
J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다. 학교 선생님이 아이의 폭력성 때문에 "도저히 가르칠 수가 없다" "집에 데려가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에게 대들고 반항을 하니 선생님의 권위가 서지 않아 지장이 많다고 항의한다며 병원을 찾았다. 상담을 해보니 선생님 말씀이 이해가 됐다. J는 수업 중에 선생임이 하기 싫은 것을 강요하거나 야단을 치면 수업 중에도 소리를 지르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또 선생님에게 욕을 하는가하면 친구와 다퉈 선생님이 말리며 자제를 시키려 하면 선생님에게도 욕을 하고 발길질을 했다.
J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화가 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대드는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화가 나면 자신의 얼굴을 할퀴고 자해하는 행동을 했다. 덩치가 또래보다 작았던 J는 자신이 약하고 보잘 것 없다는 생각에 이를 과잉 보상하려 했다.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친구들이 놀린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과격하게 공격했다. 아이들이 지나다가 스치면서 실수로 건드리기만 하면 끝까지 쫒아가 때려 줘야 직성이 풀렸다.
J의 엄마는 이혼 후 외동 아들 혼자 키우고 있었다. 아빠가 안 계신 J이는 남성성을 동일시 할 만 한 대상이 없는데다 체격까지 작다 보니 이를 보상하기 위해 더욱 과격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엄마는 누구보다도 J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컸다. 어려서부터 말이 빠르고 똑똑해 엄마와 대화가 되는 아이였다. 남편이 없는 엄마에게는 의지가 되는 아이였다. 그래선지 엄마는 아이를 어른 취급했다. 남편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 생활의 고단함으로 인한 짜증을 아이에게 폭발하기도 했다. J는 엄마를 '맨날 화만 내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가 느끼는 정서적인 좌절감이 극심한 상태였다. 엄마와 자신은 거리를 둘 수 없을 정도로 밀착되어 있지만 엄마로부터 정서적 위안을 얻기보다는 속박감이나 부담감을 극도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울 때 자신도 모르게 자녀로 하여금 배우자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부모가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폭발하게 되면 아이는 부모에 대한 부담감이 반항으로 표현되기 쉽다.
엄마는 자신이 아이에게 주었던 부담감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행동이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 유일한 희망인 아이를 위해 시간이나 에너지는 모두 쏟아 부었지만 이제는 친구도 만나고 여유있는 시간도 가졌다. 아이와도 다소 거리를 두었다. 그러자 J는 자연스럽게 부담감과 분노에거 벗어났다. 빠른 머리회전과 언어 구사력의 강점을 발휘해 또래 관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의젓한 아이로 변했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