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로 신부집 부순 예비신랑… 왜곡된 ‘지역 전통’ (영상)

입력 2017-11-28 14:11

신랑 신부의 결혼식이 예정돼 있던 지난 18일,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들러리들은 눈물을 흘리며 얼굴에서 피를 닦아냈다. 지역 전통을 지키려던 예비신랑의 돌발 행동에 사람들의 얼굴에 유리 파편이 튀었고,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피로 물든 결혼식’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전역에 퍼지고 있는 이 영상에는 선전에서 결혼식을 앞둔 신랑이 망치를 들고 대문을 부수는 장면이 담겨있다. 유리로 덮여있던 신부집의 대문을 끝없이 깨부수는 돌발 행동에 유리창은 산산조각 났다.

반대편에서 기다리던 사진가, 신부, 들러리들은 예고되지 않았던 신랑의 폭력적 행동에 유리 파편이 온 얼굴에 튀었다. 신랑 주위에 있던 친구들은 신부 측 반응은 인식하지도 못한 채 신나게 문을 부수는 데에 집중했다.

사진작가의 얼굴에 유리 파편이 튀었다


이날 신랑과 신랑 측 친구들은 중국의 대표적인 풍습에 걸맞게 결혼식이 시작하기 전, 신부를 데리러 신부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가려던 신랑은 대문이 잠겨있는 것을 발견했고, 대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이는 신랑의 고향 사징(沙井)의 오래된 풍습으로 일반적으로 사징의 신부들은 신랑이 집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다. 사징 사람이 아니었던 신부 측은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일부러 문을 잠가뒀다고 생각한 신랑은 들고 온 망치로 문을 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선전 바오안 공안국은 “대문을 부수는 게 사징의 결혼 풍습이긴 하나 주로 폭력적으로 행해지진 않는다”고 전했다.

신부 측에 자신의 고향 풍습을 설명하지 않았던 신랑의 실수에 신부 측은 영문도 모른 채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얼굴에 상처를 입은 신부와 신부 측 지인들은 소동이 끝난 뒤 병원으로 향했다. 예정됐던 결혼 역시 무산됐다.

결혼 당일 짓궂은 게임으로 신랑·신부를 당황케하거나 신부집 대문을 부수는 등의 행위는 중국의 결혼 풍습 중 일부다. 하지만 이 같은 풍습이 그간 성적·폭력적으로 변모하면서 “상서로운 날을 망친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중국 네티즌들은 “좋지 않은 풍속이 불러일으킨 결혼식의 악몽” “사징 출신 사람을 만나면 피하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