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존엄사’ 시범사업 한달…말기환자 7명 연명치료 중단 사망

입력 2017-11-28 12:00

환자나 가족이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실시한 시범사업에서 7명의 말기 암환자가 존엄사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이들도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크게 늘고 있지만 말기·임종기에 있는 환자들만 작성할 수 있는 ‘연명의료계획서’는 시범사업 기간동안 11건에 그쳐 제도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2월 4일 시행 예정인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앞서 지난달 23일부터 실시한 시범사업 중간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지난 24일 오후 6시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2197건, 연명의료계획서는 11건으로 집계됐다. 연명의료를 실제로 중단한 사례는 7건으로 조사됐다.



◇연명의료 중단 7건…아직 신중한 환자 많아

연명의료는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등을 통해 치료효과는 없지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시술을 말한다. 내년 2월부터는 환자나 가족들이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제시된 4가지 또는 일부의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문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달리 의사가 환자의 뜻을 담아 작성한다.

말기 환자나 환자가족들은 여전히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연명의료계획서 상담을 받은 이는 44명이었지만 실제로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는 총 11건이었다. 이들 중 10명은 암환자였고, 1명은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었다.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총 7명으로 집계됐다. 환자 본인의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른 결정이 2건이었고,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에 따른 연명의료 유보 또는 중단이 4건, 환자가족 전원 합의를 통한 유보가 1건이었다.



◇‘웰다잉’ 관심 높아져…사전연명의료의향서 2000명 돌파

시범사업 결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1주차 203건에서 3주차 977건으로 늘었고, 5주째인 지난 24일 2197건으로 집계됐다. 여성(1515명, 69%)이 남성(682명, 31%)보다 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70대가 74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570건)와 50대(383건)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 충청, 대전에서 높은 관심도를 나타냈다.

복지부는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가 지난 8일 연명의료결정법 상 개정을 권고함에 따라 법안 개정도 검토중이다. 권고사항에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에 말기·임종기 환자 뿐 아니라 수개월 내에 회생이 어려운 임종과정에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를 포함시키고,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자에 대한 처벌을 1년 유예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이번 시범사업은 내년 1월 15일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작성·등록,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이행 등 2개 분야로 시행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충남대병원 등 의료기관 2곳과 비영리단체 3곳 등 5곳에 진행하고 있다. 연명의료계획서의 경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 종합병원 7곳과 강원대병원 등 국공립 종합병원 3곳 등 10곳에서 관리하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