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성희롱, 기관장 책임 더 엄하게 묻는다… 여가부, 대책 발표

입력 2017-11-28 12:00

공공기관에서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기관장의 책임을 지금보다 더 엄하게 묻기로 했다. 또 2019년까지 국내 모든 공공기관에 대한 성희롱 특별 전수조사가 실시된다.

여성가족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잇따른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이슈로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조직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성희롱 피해를 방관하거나 신고 사실을 은폐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시스템 개선과 피해자와 신고자의 2차 피해를 막는 데 중점을 뒀다.

주요 내용은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성희롱 신고 활성화 및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 ▲사건 대응력 제고 및 행위자 엄중 조치 ▲기관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내실화 ▲성희롱 실태조사 및 인식 개선 등이다.

향후 상급기관인 부·처·청은 관리·감독을 강화해 공공기관 내 성희롱 사건 발생을 막는다. 공공기관 감사 및 평가에도 ‘성희롱 방지조치’ 항목이 추가 반영된다.

성희롱 사건 발생 시 즉각적인 신고가 가능하도록 ‘사이버 신고센터 설치’ ‘예방 및 대응 매뉴얼 상시 게시’ 등의 제도적 보완도 이뤄진다. 피해 사실이 드러났을 때 피해자와 행위자를 즉시 분리하게 하는 보호 조치도 강화하기로 했다.

여가부는 사건처리 매뉴얼을 개발·보급하고 기관장과 피해상담 및 사건조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특화 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다. 징계결과를 인사 및 성과평가에 반영하는 등 성희롱에 대한 공무원 징계양정 기준도 상향한다.

성희롱을 포함한 폭력예방교육에 대한 실적 점검도 강화된다. 이 교육에 기관장이 불참하거나 고위직 이수율이 50% 미만이면 ’부진기관’으로 관리된다. 이에 선정되는 기관은 관리자특별교육, 예방교육이행 계획서 제출과 함께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여가부는 2019년까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특별 전수조사 시행를 예고했다. 이를 통해 명확한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수립한다. 특히 성희롱 방지조치나 사건처리 등에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소규모 기관까지 조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는 조직 내부 시스템과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2차 피해 등으로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공공부문부터 성희롱 방지와 인식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직장 내 성희롱 및 성범죄 발생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직장 내 직위를 이용한 성범죄는 2014년 449건, 2015년 523건, 2016년 545건이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총 370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의 성희롱 진정사건 현황을 봐도 2012년 249건에서 지난해 552건으로 급증했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78.4%는 ‘참고 넘어갔다’는 답변을 했다. 그중 50.6%의 여성이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기관장이나 부서장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성희롱과 성폭력 예방은 물론 피해자가 피해를 입고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나 문화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고충을 말하고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는 직장 내부시스템과 문화 정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