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간 부모를 찾아 버스 바닥 짐칸에 매달려 80㎞를 여행한 두 중국 소년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중국 사회에 ‘남겨진 아이들’의 복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광시(廣西 · Guangxi) 남부의 한 가난한 마을에 살던 두 아이는 몰래 버스 짐칸에 올랐다. 8세 전후로 추정되는 두 아이는 흙투성이가 된 채 보안요원에게 발견됐다. 좁은 바닥 짐칸에서 3시간 동안 80㎞에 달하는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왔다는 사실은 듣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두 소년이 위험한 여행을 시작한 이유는 ‘엄마와 아빠를 찾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의 부모는 집을 떠나 광동성에서 일하고 있었다. 두 소년은 이날 저녁 연락을 받은 친척들에 의해 무사히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 사실을 보도한 CCTV 앙시신문(央视新闻)의 웨이보(Sina Weibo ·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물은 3천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으며 수많은 댓글 역시 뒤를 이었다. 사진은 널리 공유됐고 많은 사용자가 “너무 가슴이 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현재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어릴 때부터 부모와 헤어져 있다”며 “누가 그들을 돌보고 그들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댓글이 이 사건을 “사회의 비극”이라며 “방치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렇게 ‘방치된 아이들’은 중국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젊은 부모들의 도시 이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자녀들은 농촌에 남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은 조부모와 함께 살거나 극단적인 경우 홀로 살고 있는 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해온 ‘중국몽(中國夢·차이나 드림)’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시 주석은 중국화·대중화된 공산당 개념인 ‘중국몽’을 개인적·국가적 이상으로 제시해왔다. 10월 18일 개최된 공산당대회 연설에서도 이를 강조했다.
현재 중국은 명목GDP(국내총생산) 11조7953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성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극심한 빈부격차와 성장률 감소 등 이에 따른 부작용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방치된 아이들’ 역시 그 부작용 중 하나다. 한 네티즌은 “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 ‘차이나 드림’ 아니었느냐”고 지적했다.
이소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