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묵힌 당뇨병, 당신의 망막을 위협한다

입력 2017-11-28 10:37 수정 2017-12-11 13:59

[사진]정상인의 망막 황반부(왼쪽)에 비해 당뇨방막증 환자의 황반부는 부어오른 모습(오른쪽)이다. 대한망막학회 제공
40대 초반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안모(53) 씨. 진단 초기에는 식이조절과 운동 등 혈당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병원 예약도 지키고 약도 잘 챙기고 혈당 체크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50대부터는 점점 당뇨 관리에 소홀해졌다. 병원은 가는 둥 마는 둥, 약도 거르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이 침침해지고 시력이 나빠지면서 노안을 의심하던 안씨는 갑자기 운전 중에 시야 중심부가 뿌옇게 보이는 상황이 되자 불안해졌다.

부랴부랴 안과를 찾았지만, 당뇨병으로 인해 황반에 부종이 생기면서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잃어버린 시력을 다시 찾기는 어렵다는 말과 함께 기억나는 것은 10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을 때부터 ‘안과 검진도 꾸준히 받으세요’라던 담당 의사의 조언이었다.

당뇨병이 국민 질환이 된 지는 오래다. 대한당뇨병학회가 2001년 발표한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8.6%, 2010년에는 10.1%로 증가했다. 2030년에는 당뇨병 환자 500만명 시대가 예상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2016년 발표한 한국인 당뇨병 유병률은13.7%로 65세 이상에서는10명 중 3명이 당뇨병 환자다. 이처럼 당뇨병은 하루하루 국민의 건강 수명을 낮추고 있다.

당뇨병 환자가 늘면서 단순한 수치의 증가만큼 위험한 것은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합병증들이다. 당뇨병 자체로 생기는 급성 합병증,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등도 문제지만 오랫동안 당뇨병을 알아온 환자들이 놓치기 쉬운 것은 눈 질환이다.

당뇨병을 10년 앓은 환자의 약 절반 이상에서 망막, 황반에 문제가 생겼다는 조사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에 의해 눈 질환이 생긴 환자 수는 2016년 기준으로 국내 38만명 가량이다. 당뇨병 환자가 20% 늘어나는 동안 대표적인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은 37%나 늘었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은 다양하지만 망막질환은 방치했다가는 실명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당뇨망막병증인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시력의 90%를 담당하는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생기는 질환이다.

당뇨병으로 인해 망막 모세혈관의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되면 혈액의 혈장성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황반부에 물이 차고 붓게 되는 것을 당뇨병성 황반부종이라 한다. 황반부종이 발생하면 중심부가 뿌옇게 보이고 시력저하가 생기게 된다.

당뇨황반부종은 당뇨망막병증의 일환으로 당뇨병으로 인한 시력저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을 일컬어 성인의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질환이라 부르는 이유다. 후천적 실명의 60% 가량이 3대 망막질환으로 발생한 것이다.

당뇨병이 완치가 불가능한 것처럼 아무리 혈당 관리를 잘 해도 당뇨병을 오래 앓게 되면 당뇨병성 황반부종의 발생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한안과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실명 위험이 25배 가량 높다. 11년 이상 당뇨병을 앓게 되면 당뇨병 초기 환자보다 당뇨병성 황반부종 발생 위험이 15배가 높아졌다.

당뇨병을 오래 앓아온 환자라면 반드시 안과 정기 검진이 권장된다.

한국망막학회 유승영 홍보이사(경희대 안과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의 신생혈관이나 초기 황반부종은 질환의 위험성에 비해 자각 증상이 없어 발견이 어렵다. 당뇨병 환자라면 1년에 한 번 이상은 안과를 찾아 주변부 안저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 황반부종의 증상은 눈이 침침해지는 등 시력저하가 우선 나타난다. 노안이 온 게 아닌가 의심하기 쉽다. 평소에 괜찮던 물체의 형태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거나 시야에 검은 반점이 보이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라면 안과검진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시력에 변화가 없는지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당뇨 황반부종 치료는 최근에는 안구에 직접 약물을 주사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약물 주사 요법은 경과에 따라 주사 주기나 약제가 달라진다.

대표적인 항체주사로는 한국노바티스의 루센티스, 바이엘의 아일리아가 있고 스테로이드 제제로는 삼일엘러간의 오저덱스이식제 등이 있다.

만성 질환으로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여 장기적인 치료와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나 효과 측면에서 망막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매년 망막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대국민 대상의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해온 한국망막학회 김순현 회장(누네안과병원 원장)은 “당뇨병 유병률이 늘어나는 만큼 당뇨 황반부종 등 당뇨 망막 질환으로 시력을 잃는 환자들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현하면서 “정기검사와 함께 유산소 운동 등의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