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이 42일 만에 재개된 재판의 두 번째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겠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사유는 전날과 똑같은 허리 통증과 무릎 부종 등 건강 상 이유를 들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피고인이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궐석재판이 이뤄질 경우 빠르면 1월, 늦어도 2월 중에도 1심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28일 "박 전 대통령이 오늘도 재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사유는 어제와 똑같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국선변호인단 지정 후 처음으로 열린 27일 재판에 허리통증, 무릎부종 등의 이유를 들어 나오지 않았다. 서울구치소는 재판부에 이 같은 사정을 알리면서 전직 대통령인 점을 고려해 강제 인치도 어렵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한 차례 휴정을 통해 재판부 의견을 모은 뒤 일단 연기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계속 거부하는 경우 출석 없이 공판을 진행할 수 있고, 그런 경우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 있음을 설명한 후 심사숙고 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설명한 후 약 20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구속영장 재발부에 반발해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고 변호인단(7명)도 전원 사임했다. 재판부는 같은달 25일 조현권(62·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 등 5명의 국선변호인단을 직권으로 지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선변호인 접견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선변호인단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지난달 25일 국선변호인단을 지정하며 이들이 재판 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적사항 등을 비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단에는 조현권(62·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를 비롯해 남현우(46·34기), 강철구(47·37기), 김혜영(39·여·37기), 박승길(43·여·39기) 변호사 등 5명이 포함됐다. 조 변호사는 과거 환경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직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검사나 판사 출신은 없다. 이들은 모두 서울중앙지법 소속의 국선전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의 접견 여부를 가장 먼저 변호인단에 확인했다. 조 변호사는 “접견을 원한다는 취지의 서신을 박 전 대통령에게 지난 3일과 13일, 20일 각각 한 차례씩 보냈다”며 “첫 서신(3일)에 대해 ‘접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정중하게 전해 달라’는 박 전 대통령 측 의사를 구치소 직원으로부터 전달 받았고, 이후 서신에 대해선 특별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미 3주 전부터 접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국선변호인이 피고인과 접견하는 과정은 통상 이메일을 통해 이뤄진다. 국선변호인이 이메일로 접견신청을 하면 구치소 측에서 메일을 피고인에게 전달한 뒤 피고인 측이 접견을 할 것인지, 접견 가능 날짜는 언제인지 등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재판부는 “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 건강에 대한 보고서를 받았지만,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신병 문제 등 불출석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28일 재판을 다시 열고 피고인 없이 공판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국선변호인단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5명이 사건 기록을 파트 별로 나눠 검토하고 있다”며 “일요일도 나와서 (기록을) 봤다”고 밝혔다. “변론 준비는 이미 다 한 상태”라며 “우리가 일방적으로 찾아가는 건 결례가 될 것 같다. (구치소) 방문 계획은 없다”고도 했다. 이들은 “종전 변호인들의 변론 내용을 흩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들을 향해 “나라를 살리는 일인데 목숨을 내놓고 하라”고 소리치다 법정 경위의 제지를 받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