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월요일… 文 대통령의 ‘연차 쪼개기’ 새바람

입력 2017-11-28 07:14

문재인 대통령이 ‘주말+월요일 연차’로 2박3일 휴식할 수 있는 ‘연차 쪼개기’(연차를 하루만 휴일에 붙여 쓰는 것)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국내외를 오가는 잇단 강행군에 마땅히 연차를 쓰기도, 휴가를 가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청와대 직원들도 내심 반색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이른바 ‘3대 회의’ 준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월요일인 27일 하루 연차를 내고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역시 월요일이었던 지난 5월 22일에도 경남 양산 자택에서 하루 연차를 사용했다. ‘주말+월요일’의 2박3일 휴가를 두 차례 이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 청와대 여민관에 내려오지 않은 채 관저에서 시간을 보냈다. 관저에서 구독하는 여러 신문을 꼼꼼히 읽고 독서도 했다. 26일에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동영상 답변도 지켜봤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순방 강행군에 따른 피로감을 참모진에게 몇 차례 호소했다. 동남아 순방 직후인 지난 17∼19일에도 공식 일정 없이 휴식하려 했지만 경북 포항 지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문제로 인해 무산됐다. 일요일인 19일에도 수능 연기 등과 관련해 관저 회의실에서 비서실·정책실로부터 세 차례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가 공개한 주간 일정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0∼11월 해외 순방을 포함해 일요일에 5차례, 토요일에 3차례 근무했다. 일반 직장이라면 휴일근무에 따른 대휴(代休)가 발생하지만 쓸 형편은 되지 않는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비서관급 이상 등 관리직급까지 대체휴무를 받게 되면 청와대 일이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대휴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월요일 연차를 즐겨 사용하면서 청와대 직원들도 ‘월요병’에서 한층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매주 월요일에는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이 진행된다. 참모진은 일요일 오전부터 출근해 이들 회의를 준비한다.

여기에 매일 오전 열리는 대통령과 참모진의 ‘티타임’도 있다. 오전 8시 참모진이 국정상황실에서 현안점검회의를 개최한 뒤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다. 대통령이 월요일에 휴가를 쓰면 회의 3개가 모두 열리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가 열리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덜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휴가에 대비해 업무 체계도 재정비하는 중이다. 주요 결정사항은 대통령이 출근할 때까지 미루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안은 업무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국정과제 예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박종규 청와대 재정기획관이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주요 사안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보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연차 소진 의지를 드러내자 청와대 직원들도 연차 계획을 짜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대통령비서실 직원 410명의 평균 연차사용 일수는 7일에 불과했다. 평균 연가가 15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률은 47% 정도다. 경호처는 평균 연가 21.0일 중 9.5일을 써 49%의 연차사용률을 보였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