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37년 독재자’ 무가베 생일 공휴일 지정 논란

입력 2017-11-28 01:50
사진=뉴시스

짐바브웨 새 지도부가 집권 37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의 생일을 공식 휴일로 지정했다. 퇴직금 명목으로 약 1000만달러(108억6500만원)을 주고, 평생 경호원과 직원을 배정해 준 것에 이어 생일까지 공휴일로 지정한 것이다.

영국 BBC와 AP통신 등 외신은 짐바브웨 새 지도부가 무가베의 생일인 2월 21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결정을 승인했다고 27일(현시시간)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에머슨 음난가그와 짐바브웨 신임 대통령이 지난 24일 수도 하라레에서 공식 취임식을 한 다음 나왔다.

앞서 무가베 전 대통령은 최근 군부 쿠데타에 이은 대규모 퇴진 시위, 의회의 탄핵 절차 착수 등의 사퇴 압박 속에 지난 21일 전격 사임했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37년간의 집권 시기 동안 나라 경제를 망가뜨린 장본인으로 지목된다. 그가 통치하는 37년 동안 짐바브웨의 실업률은 80%까지 치솟았고 기대수명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60세로 기록됐다.

그럼에도 무가베 전 대통령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됐다. 짐바브웨 정부는 무가베 전 대통령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약 1000만달러(108억6500만원)를 주기로 약속했고, 그는 즉시 현금으로 500만 달러를 챙겼다.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까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끝내고 떠났다.

짐바브웨 정부는 또 무가베 부부에게 평생 경호원과 직원을 배정해주고, 의료보험, 외국 여행도 보장하기로 했다. 수도 하라레의 호화로운 ‘블루 루프’ 저택에도 계속 거주하도록 허용했다.

연간 15만 달러에 달하는 봉급을 평생 연금으로 지급받게 된 무가베가 사망하면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52)가 그 절반에 해당되는 돈을 받으며 살게 된다. 사치와 탐욕으로 ‘구치 그레이스’라고 매도당한 그는 남편 무가베에게 권력을 이양 받으려다 그를 권좌에서 내려오게 한 인물이다.

무가베는 자신과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 사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종 조치도 취했다. 협상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무가베 전 대통령이 보유하는 농장이 장악되거나 피해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에 포함될 무가베 부부의 자산 목록을 작성하느라 사임 발표가 연기됐다”고도 덧붙였다. 의붓아들 러셀 고레라자(33)는 수익성이 높은 짐바브웨의 광산업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9월에는 롤스로이스 차량 두 대를 수입하기도 했다.

무가베의 조카인 레오 무가베는 무가베의 근황에 관해 “매우 유쾌하다”며 “그는 (현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있으며 새로운 삶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