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최고봉 아궁화산이 분출했다. 두 달 전부터 분화 조짐을 보였던 이 화산은 지난 25일부터 화산재를 뿜어 아름다운 휴양섬 발리의 하늘을 잿빛으로 만들었다. 화산재는 27일 현재 이 산의 키(3142m)보다 높게 치솟았다. 환태평양 조산대 ‘불의 고리’ 서쪽 끝에서 ‘2018년 대지진설’의 전조와 같은 화산활동이 반세기 만에 다시 시작됐다.
1. 반세기 만에 분출한 아궁화산
아궁화산은 1963년 대폭발로 1500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화산 분출은 그해 2월 18일부터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당시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은 낀따마니, 바투루, 베네로칸 등 주변 마을을 덮쳤다. 화산재는 1000㎞ 떨어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도 관측됐다.
첫 분화 때 집계된 사망자는 1100명. 재앙은 한 번의 폭발로 끝나지 않았다. 화산 분출에서 비롯된 강우로 200명, 그해 5월 16일 두 번째 화산 폭발로 200명의 사망자가 각각 추가로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최악의 재앙 중 하나로 기억되는 자연재해다.
아궁화산은 활화산으로 평가됐지만 54년 동안 잠잠했다.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그랬다. 지난 9월 화산성 지진 증가로 분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인도네시아 국가방재청(BNPB)은 아궁화산 반경 10㎞ 이내 주민과 관광객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분출 여부를 관찰했다.
아궁화산은 지난 25일부터 재를 내뿜기 시작했다. 화산재는 해발 7900m 지점까지 치솟았다. BNPB는 이곳의 화산 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위험)로 격상하고 발리의 하늘길을 차단했다. 발리 유일의 항공 관문인 덴파사르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을 왕래할 예정이던 445개 노선은 취소됐다. AP통신은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 발이 묶인 관광객을 5만9000명으로 집계했다.
2. 붉은색 화산재 관측된 아궁화산 “용암분출 임박”
아궁화산의 용암은 아직 분화구에서 흘러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용암 분출이 임박한 정황은 화산재의 색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과학저널 ‘디스커버’는 “붉은색을 띄는 화산재는 용암이 분화구 정상까지 올라온 정황으로 볼 수 있다”며 “용암 분출이 임박했다”고 분석했다.
아궁화산의 분화구는 하늘을 곧게 바라보고 있다. 용암이 분출될 경우 모든 방향으로 흘러내릴 수 있다. 주변 지역을 모두 뒤덮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궁화산이 발리 동북쪽에 위치한 점으로 볼 때 용암의 일부는 남쪽으로 인도양까지, 북쪽으로 자바해까지 진출할 수 있다.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은 유독 가스보다 더 직접적인 위협이다. 용암 분출은 화산활동에 따른 재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언제 시작될지 모를 아궁화산의 용암 분출은 올해 ‘불의 고리’에서 발생한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될 수 있다.
3. 한반도까지 ‘흔들’… 요동치는 지구
아궁화산은 ‘불의 고리’에 속한다. ‘불의 고리’는 미국 서부와 알레스카, 일본,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뉴질랜드, 칠레, 멕시코로 이어지는 태평양 연안지역을 말한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대륙판이 만나는 곳이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90%가 ‘불의 고리’에서 발생한다. 이 조산대는 올해도 변함없이 요동쳤다.
지난 1월 파푸아뉴기니에서 발생한 규모 8.0의 강진을 시작으로 4월 칠레에서 7.1, 8월 필리핀에서 6.2, 9월 멕시코에서 8.2의 지진이 발생해 도심을 파괴하고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그 사이 일본과 대만에선 규모 5.0~6.0의 지진이 셀 수 없이 발생했다. 범위를 ‘불의 고리’ 밖으로 확대하면 8월 중국 쓰촨에서 7.0, 지난 13일 이란‧이라크에서 7.2의 지진이 관측됐다.
이란‧이라크 지진의 경우 사망자만 540명을 넘겨 올해 최악의 재난 참사로 기록됐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감지된 규모 5.4의 지진은 앞서 나열된 지각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화산활동 역시 활발해 지난 9월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선 모나로화산이 12년 만에 활동을 시작해 주민 6000명이 대피했다.
4. 올해는 전조? “2018년 대지진 가능성”
한반도는 이례적으로 규모 5.0대 지진을 2년 연속으로 경험했다. 활발해진 지각활동에 대한 불안감은 우리나라에서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올해 전 지구적으로 지진 횟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지난달까지 집계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은 1만회를 겨우 상회해 평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학계의 일각에서는 대지진의 다음 주기를 2018년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 로저 빌햄 교수는 지난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올해 큰 지진이 6차례였지만 내년에는 20차례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지구의 자전과 지진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을 미국 몬태나대 레베카 벤딕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해 지난달 미국지질학회에 발표했다. 지구의 자전이 5년 주기로 감속할 때마다 대지진 발생 횟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 두 교수의 분석이다.
두 교수는 자전 속도의 변화가 하루 1000분의 1초로 크지는 않지만, 지구 핵의 활동에 영향을 끼쳐 막대한 에너지 분출을 이끌어낸다고 봤다. 한 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자전 속도가 5년 주기로 둔화됐고, 그때마다 대지진 발생 횟수가 급증한 사실을 두 교수는 발견했다. 1900년부터 발생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을 분석해 자전 감속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다.
대지진 횟수는 연평균 15차례지만 자전 속도가 느려진 해마다 25∼30차례로 증가했다. 이 유형을 따라가면 대지진이 다시 발생하는 시점은 2018년이다. 빌햄 교수는 “지진이 어디에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종합하면 적도 근방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2018년 대지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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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