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대표팀, 사정 이랬어?…“훈련장·전문가·홈대회” 3중고

입력 2017-11-27 17:11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 중인 한국 컬링 대표팀이 훈련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거의 읍소에 가까웠다.

27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컬링 대표팀은 다음달 훈련 장소, 전문가, 홈에서 개최되는 올림픽 수준의 국제대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홈 이점을 살리기 위해 강릉컬링센터에서 최대한 많이 훈련하는 것이 필요한데 충분히 하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12월 훈련 장소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대표팀은 지난 7월부터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얼음이 갈라지는 등의 문제로 경기장 개·보수가 필요해 여름에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하지 못했다. 9~10월에는 해외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얼음까지 모두 얼려 강릉컬링센터가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은 지난 9일부터다. 그러나 대회 출전 일정이 있어 9일부터 훈련하지도 못했다. 여자 대표팀은 아시아태평양선수권대회(PACC)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 주부터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했고, 지난 19일 캐나다에서 끝난 부스트 내셔널 그랜드슬램대회에 출전한 남자 대표팀은 21일 귀국해 아직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하지 못했다.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다. 컬링 대표팀이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30일 오전까지다. 12월 1일부터 강릉컬링센터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관리 체제에 들어가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경기장 막바지 정리를 위해 훈련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남자 대표팀 스킵(주장)인 김창민(32·경북체육회)은 “남자 대표팀은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한 적이 없다. 앞으로 2, 3일 정도만 훈련할 수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자 대표팀을 이끄는 김민정(36·경북체육회) 감독은 “여자 대표팀이 실제로 사용한 기간은 9일 정도 되는 셈이다. 지난 주에 5일 훈련했는데 이게 충분하다고 생각하나”라며 “바닥 공사가 제대로 돼 얼음이 갈라지는 일이 없었다면 조금 더 일찍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 개·보수 공사가 조금이라도 빨리 진행됐다면 대표팀이 더 일찍 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준비가 됐다기에 7월부터 강릉시에 요청했지만,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12월 훈련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빙판 위에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진천 선수촌에 있는 컬링 훈련장은 다음달 20일부터나 사용이 가능하다. 이 천훈련원 컬링장에서 훈련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지만, 김민정 감독은 “컬링은 빙질이 중요하다. 이천 빙질이 훈련에 적합한지 봐야한다. 선수들 동선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은기 대한컬링경기연맹 관리위원회 사무처장은 “남녀 대표팀은 다음달 13일 대회 출전 때문에 일본 가루이자와로 떠난다. 진천선수촌 컬링 훈련장이 20일부터 가동되니 12월 첫째 주가 가장 문제가 된다”며 “경기장 시설이 워낙 열악해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도 컬링 대표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한국 컬링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여자만 출전권을 얻었다. 현 대표팀에 올림픽을 경험한 사람은 아예 없다.

믹스더블 대표팀을 지도하는 장반석(35·경북체육회) 감독은 “대한체육회에서 직접 관리를 하고 있지만 컬링 전문가가 없다. 모두 지도자들에게만 의지한다”며 “솔직히 버겁다”고 토로했다. “현재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뛰어넘는 안목을 가지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진정한 컬링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어린 믹스더블의 경우, 외국인 코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올림픽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구하지 못했다. 장반석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서 올림픽 경험이 있는 코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코치가 간접적으로 경험을 전해줘야 한다”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선수 중 올림픽을 경험해 본 선수에게 코치를 해달라고 부탁도 해봤지만, 비용적인 측면이 맞지 않아 구하지 못했다. 사실 돈이 아니라 노력의 문제”라고 전했다. “올림픽이 고작 두 달 남은 상황에서 외국인 코치를 영입하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도 받는다. 하지만 단 1%라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한다”며 “늦어도 1월 안에 컬링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경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대표팀은 입을 모았다. 컬링 대표팀이 지난 8월에도 필요하다고 하소연한 부분이다.

김민정 감독은 “관중이 들어왔을 때 강릉컬링센터의 분위기가 어떤지 느껴봐야 한다. 강릉컬링센터가 안 된다면 국내 다른 경기장에서라도 치러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중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국 대표팀을 예로 들면서 “중국 대표팀은 올림픽을 치러본 선수도 있고,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도 땄다. 하지만 홈에서 치르니 다르더라”며 “중국 관중이 컬링 관전 예절에 대해 모르니 선수들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상황이 됐고,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짚었다.

여자 대표팀 주장 김은정(27·경북체육회)은 “경기장이 꽉 찼을 때 어떤 느낌인지 느껴보고 싶었다. 강릉컬링센터 빙질은 좋지만, 관중이 꽉 들어찼을 때 연습 때와 똑같은 샷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12월부터 이 경기장을 쓸 수 없다면 다른 경기장에서라도 관중이 있는 가운데 대회를 치러보고 싶다”고 바랐다.

최은기 사무처장이 전국체전을 관중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곳에서 치르는 방안에 대해 언급했지만, 김민정 감독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수준의 선수들이 나오는 대회가 필요하다. 그런 팀과 국내에서 꼭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양궁 대표팀 같이 소음 훈련을 하는 것은 홈에서 국제대회를 치러보는 것만큼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 김민정 감독의 설명이다. “관중이 모였을 때 아이스 상태가 어떤지도 중요하고, 관중이 옆에서 떠들어도 선수들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도록 미리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음 훈련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홈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담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