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권좌에서 내려온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전 대통령이 ‘금빛 악수’를 하고 물러났다. 퇴직금 명목으로 약 1000만달러(108억6500만원)를 약속받은 그는 즉시 현금으로 500만 달러를 챙겼다.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까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끝내고 떠났다.
짐바브웨 정부는 무가베 부부에게 평생 경호원과 직원을 배정해주고, 의료보험, 외국 여행도 보장하기로 했다. 수도 하라레의 호화로운 ‘블루 루프’ 저택에도 계속 거주하도록 허용했다.
연간 15만 달러에 달하는 봉급을 평생 연금으로 지급받게 된 무가베가 사망하면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52)가 그 절반에 해당되는 돈을 받으며 살게 된다. 사치와 탐욕으로 ‘구치 그레이스’라고 매도당한 그는 남편 무가베에게 권력을 이양 받으려다 그를 권좌에서 내려오게 한 인물이다.
무가베는 자신과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 사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종 조치도 취했다. 협상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무가베 전 대통령이 보유하는 농장이 장악되거나 피해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에 포함될 무가베 부부의 자산 목록을 작성하느라 사임 발표가 연기됐다”고도 덧붙였다. 의붓아들 러셀 고레라자(33)는 수익성이 높은 짐바브웨의 광산업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9월에는 롤스로이스 차량 두 대를 수입하기도 했다.
짐바브웨의 야권은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더글라스 므원조라 짐바브웨 민주변화운동(MDC) 사무총장은 “무가베 전 대통령과 돈거래가 있었다면 이는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헌법에 따르면 무가베 전 대통령은 퇴임을 했으므로 재임 시절 형사상·민사상 범죄에 대한 면책 특권이 없다”고 말했다.
무소속 템바 믈리스와 의원은 “전임 대통령이 가난하게 사는 걸 보고 싶어 하는 나라는 없다”면서도 “리더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좋은 선례가 있어야 한다”며 “훔치고 약탈하는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은 37년간의 집권 시기 동안 나라 경제를 망가뜨린 장본인으로 지목된다. 그가 통치하는 37년 동안 짐바브웨의 실업률은 80%까지 치솟았고 기대수명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60세로 기록됐다. 시골에는 전력도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며 의료시설도 부재하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