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의사’ 이국종 교수가 더욱 존경스러운 이유

입력 2017-11-27 10:34

내년도 권역외상센터 예산 삭감이 결정되면서 다시금 이국종 교수의 유년시절이 화제로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26일 내년도 권역외상센터 예산을 9%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병원과 전문의 수가 적어 이번 연도 예산이 4분의 1 가량 남았기 때문이다.

이국종 교수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복하지 못했던 성장기에 대해 털어놨다. 그의 아버지는 6·25 전쟁 때 지뢰를 밟아 장애 2급 국가 유공자로 선정됐다. 동사무소에서 상이군인에게 지급하는 밀가루를 떨어뜨리자 땀을 뻘뻘 흘리며 주워야 할 만큼 집안 사정이 좋지 못했다.

중학생 때 축농증을 치료하기 위해 한참을 걸어 큰 병원에 갔지만 국자 유공자용 의료복지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대답만 이어졌다. 다른 병원을 여러차례 들른 후에야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을 유일하게 환대해준 한 의사는 “이 카드를 보고도 잘 해주시네요”라는 질문에 “왜 네가 그런 걱정까지 하느냐, 아버지가 자랑스럽겠다”고 답했다. 그 의사는 치료를 위해 방문할 때마다 “공부 열심히 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며 진료비도 받지 않았다. 그는 가난과 장애로 인해 무시받았던 서러움에 “아픈 사람에게 만큼은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고 이를 실현시켰다.

이 교수는 “지금 함께 있는 정경원 교수(36)가 처음 왔을 때 이런 얘기부터 했어요. 외제차 타고, 골프 칠 생각이면 지금 때려치우라고. 그 대신 후회 없이 끝까지 한다면 죽은 뒤 저승에서 환자 명단은 내밀 수 있을 거라고 했죠” “살든지 죽든지 저랑 끝까지 함께한 환자가 벌써 1500명쯤 돼요. 신도 그 명단은 한 번쯤 봐주지 않을까요”라며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국종 교수는 이전 아주대학교 교수회 소식지 ‘탁류청론’’를 통해 “중증외상환자들은 버스, 택시를 운전하거나 배달을 했고, 공장이나 건설현장에서 위험하게 일했다” “위험은 부상을 부르고 부상은 생명을 앗아가는데 위험도와 돈벌이는 비례하지 않는 처지는 나와 같았다”라는 심경을 전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상황을 “매출 총액 대비 1~2 퍼센트의 수익 규모만을 가지고 간신히 유지되는 사립대학 병원에서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라고 설명해 불안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1238명에 달하는 학생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대학을 중도 포기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명성과 경제적 부를 얻기 위해 공대보다 의대를 선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직업을 통해 많은 부를 쌓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길을 택했다.

한편 자신이 의사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은 “의사라고 돈에 초월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인 이상 사명감이 필요한 중요한 일일수록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통해 사회적 자원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영웅 이국종 대신, ‘수많은 평범한 의사 이국종’을 만들어야 이국종 교수의 길이 홀로 가는 길이 아니게 될 겁니다”라고 주장해 많은 지지를 받았다.



27일 기준 이국종 교수를 비롯한 권역외상센터의 처우 개선을 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3만명을 넘어섰다. 복지부는 26일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시설과 인력 운영비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담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