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개소 후 정원 채워본 적 없어…간호사들 못 버틴다”

입력 2017-11-27 09:54


권역외상센터의 인력 부족과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간호사들이 사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방송된 MBC라디오 ‘변창립의 시선집중’에는 이국종 교수가 센터장으로 재직중인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손현숙 수간호사가 출연했다. 손 간호사는 “외국 외상센터는 간호사 1명이 중환자 1명을 간호하지만 우리나라는 간호사 1명이 중환자 3명을 봐야 한다”며 “업무 강도가 굉장히 높아 간호사들이 버텨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지원은 하지만 출근 직전에 가슴이 두근거린다거나 며칠동안 잠을 못 자는 등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사직률이 굉장히 높아 외상센터 개소 후 단 한 달도 정원을 채워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손 간호사는 간호사의 높은 사직률은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사직 간호사들이 많으니까 정원을 채워도 그만두고, 1인당 환자 수가 너무 많아 간호사들이 버텨내지 못한다”며 “저희는 정말 경험 많고 숙련된 간호사들이 필요한 곳인데 이렇게 사직률이 높다는 건 환자 안전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증외상 환자가 많은 병원의 특성상 간호사들이 ‘공감 피로’에 시달린다고도 했다. 손 간호사는 “얼마 전 여자 고등학생이 교통사고로 다쳐 처참한 모습으로 왔는데 공교롭게도 제 딸도 고등학생”이라며 “우리 딸 교복이 아니지만 그걸 봤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달 전 아버지가 사고로 외상센터에서 치료받은 간호사랑 면담을 했는데 ‘근무하면서 연세가 비슷한 어르신을 간호하면 아버지가 생각나 일하기 어렵다’며 사직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손 간호사는 어려움 속에서도 외상센터를 지키는 이유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외상환자를 간호하면서 무한 희열이 있다. 환자가 정말 사망할 것 같은 환자를 모든 간호사들이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을 해서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일이 정말 필요한 일이고, 우리가 사회안전망에서 간호라는 직업으로 굉장히 보람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걸 느끼기 때문에 소수정예 간호사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