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불출석’… 궐석재판 경우 빠르면 1월, 늦어도 2월 ‘선고’

입력 2017-11-27 08:58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42일 만에 재개되는 재판에 “건강 상의 이유”를 들어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27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구치소를 통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재판은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공판으로 국선변호인단 5명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다. 재판부는 이날 조원동(61)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손경식(78) CJ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궐석 재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 국선변호인 얼굴도 안본 朴… 예상됐던 ‘불출석 사유서’

그는 지난달 16일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법정에서 사실상 ‘재판 보이콧’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선변호인단의 접견조차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42일 만에 다시 시작되는 공판이 파행만 거듭할 소지는 작다. 재판부는 이미 다음달 18일까지 증인신문 일정을 정해뒀다. 신속 진행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사선 변호인단은 지난달 16일 전원 사임했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 대한 집단 항의 차원이었다. 박 전 대통령도 이날 이례적으로 입을 열어 "재판부가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는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변호인단에게 사임 재고를 요청했지만,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 7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에 돌입했고, 지난달 25일 5명 규모의 국선 변호인단을 꾸렸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피고인이 구속 상태이고, 형량이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의 징역·금고형으로 기소돼 변호인 없이 재판을 열지 못한다.

선임 직후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단은 12만쪽이 넘는 사건기록 검토를 시작했다. 한 달여 준비 끝에 재판부는 공판을 재개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27일 다시 재판을 열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새 변호인단과 접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접견을 신청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궐석재판 진행할 듯… 빠르면 1월, 늦어도 2월 선고 예상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출석과 상관없이 재판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형사소송법 제227조의2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이 피고인을 강제로 데려올 수 없을 경우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공판절차를 진행하는 '궐석 재판'이 가능하다. 재판부가 다음 달 18일까지 증인신문 기일을 잡아놓은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와는 별개로 재판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부에선 박 전 대통령 재판이 늦어도 내년 초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전처럼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주 4회 진행할 경우 늦어도 1월께 결심 공판을 한 뒤 2월 중 선고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기일을 추가로 잡거나 변호인이 검찰 측 증거에 동의하면 12월에도 결심 진행이 가능하다"며 "오늘 재판에서 변호인단의 의견을 들은 뒤 향후 재판 계획을 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