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 재판이 27일 재개된다.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공판이 열린다. 국선변호인단 5명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출석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난달 16일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법정에서 사실상 ‘재판 보이콧’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선변호인단의 접견조차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42일 만에 다시 시작되는 공판이 파행만 거듭할 소지는 작다. 재판부는 이미 다음달 18일까지 증인신문 일정을 정해뒀다. 신속 진행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의 남은 절차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피고인 없이 진행하는 ‘궐석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 국선변호인 얼굴도 안 본 박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의 사선 변호인단은 지난달 16일 전원 사임했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 대한 집단 항의 차원이었다. 박 전 대통령도 이날 이례적으로 입을 열어 "재판부가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는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변호인단에게 사임 재고를 요청했지만,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 7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에 돌입했고, 지난달 25일 5명 규모의 국선 변호인단을 꾸렸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피고인이 구속 상태이고, 형량이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의 징역·금고형으로 기소돼 변호인 없이 재판을 열지 못한다.
선임 직후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단은 12만쪽이 넘는 사건기록 검토를 시작했다. 한 달여 준비 끝에 재판부는 공판을 재개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27일 다시 재판을 열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27일에는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증인으로 나온다. 28일에도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과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재판에 불출석할 가능성이 크고, 변호인단 역시 향후 재판 절차와 관련된 입장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새 변호인단과 접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접견을 신청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달 16일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재판에 '보이콧'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에 비춰볼 때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재판에 나올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 형사소송법 227조 “피고인인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다만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출석과 상관없이 재판을 강행할 여지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227조의2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이 피고인을 강제로 데려올 수 없을 경우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공판절차를 진행하는 '궐석 재판'이 가능하다. 재판부가 다음 달 18일까지 증인신문 기일을 잡아놓은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와는 별개로 재판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부에선 박 전 대통령 재판이 늦어도 내년 초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전처럼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주 4회 진행할 경우 늦어도 1월께 결심 공판을 한 뒤 2월 중 선고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기일을 추가로 잡거나 변호인이 검찰 측 증거에 동의하면 12월에도 결심 진행이 가능하다"며 "오늘 재판에서 변호인단의 의견을 들은 뒤 향후 재판 계획을 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