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적폐’ 공공기관으로 낙인찍힌 한국마사회가 또다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차기 회장 공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선 캠프 출신 인사 내정설이 돌고 있다. 마사회 안팎에서는 낙하산 인사로 인한 풍파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내부 및 전문가 출신 마사회장이 조직 쇄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사회는 26일 현 이양호 회장 후임을 뽑기 위한 공모지원 접수를 마감했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지원자 면접을 진행한 뒤 다음달 1일 후보군을 3배수 정도로 압축해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다. 임명 권한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내정설이 불거졌다. 17대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낸 김낙순씨가 이미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었다. 영구아트무비에서 대표직을 맡기는 했지만 전문경영인으로서의 활동기간은 길지 않을 뿐더러 말산업에 종사한 경력도 없다.
이를 두고 마사회 노조가 낙하산 마사회장 임명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마사회는 정권의 입김에 이리저리 휘둘려 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현명관 전 회장은 박근혜정부 때 회장직을 역임하며 용산 화상경마장 설치 문제로 지역주민·시민단체와 갈등을 빚었다. 또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에도 시달렸다. 특히 현 회장 후임으로 지난해 12월 임명된 이양호 회장 역시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등 마사회의 변화를 원하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마사회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한 말 관리사들의 자살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낙하산 수장이 내려올 경우 대대적인 조직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한 마사회 직원은 “더 이상 정부 입맛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마사회의 공공성을 제고해 이미지를 쇄신하고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는 후임 회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