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국민청원 답변자로 나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낙태죄 처벌 완화론자다. 조 수석은 서울법대 교수 시절인 2013년 낙태죄 처벌 대상을 줄이자는 내용의 논문을 냈다. 낙태 허용 범위를 넓히자는 게 골자다.
조 수석은 2013년 9월 학술지 ‘서울대학교 법학’에 발표한 ‘낙태 비범죄화론’에서 1973년 제정된 뒤 개정되지 않은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범위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형법은 낙태 처벌을 규정하고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범위는 협소하다. 그러나 낙태는 광범하게 이뤄지고 있고 그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법과 현실의 괴리 현상, 낙태죄의 사문화(死文化)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모자보건법이 ‘배우자의 동의’를 낙태 허용 사유로 보는 것은 남성의 이익만을 보호하고 미혼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또 유전병 등으로만 낙태를 허용하는 ‘우생학적’ 허용 사유에 임신 중의 충격, 약물복용 등으로 인한 태아 손상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경제적 이유도 낙태 허용 사유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조 수석은 “국가가 형사처벌 가능성으로 위협해 미성년자·비혼 여성에게 아이 낳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를 여성에게 전가하는 형벌권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혼 후 발견한 전 남편과의 임신,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양육이 불가능할 경우도 낙태 허용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임신 24주 이내만 허용토록 한 기간 요건도 임신 12주 이내(모두 허용), 임신 12∼24주 이내(제한적 허용), 임신 24주 이후(임부·태아 심각한 손상 시)로 세분화했다. 낙태를 허용하는 임부의 건강문제 기준을 육체적 상태에서 정신·심리적 상태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정부가 낙태죄 공론화에 나선 것은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청와대는 이번 청원을 계기로 노무현정부 당시 미완으로 끝났던 낙태죄 폐지·처벌완화에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