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정책 연대’ 논의를 놓고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26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결국 자유한국당으로 3당 합당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발은 유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커졌다. 유 대표는 지난 2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뿐 아니라 한국당에도 동시에 통합 협상을 벌이고 있고, 한국당이 해체와 재창당의 수순을 밟으면 11명의 의원들을 다 데리고 갈 생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은 유 대표가 보수 재건을 위한 3당 합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통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통합포럼’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친밀감을 과시했다. 안 대표는 의원총회, 원외 지역위원장 모임 등에 연이어 참석해 바른정당과 통합을 설득하고 있다.
바른정당 안에서는 반발이 없다. 한국당과 통합을 원하는 의원들은 이미 대부분 탈당했다. 바른정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다시 획득할 수 있는 국민의당과 통합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은 바른정당과 통합이 호남 민심을 등돌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기어이 통합을 하겠다면 보따리 싸서 나가라”며 안 대표의 탈당을 요구했다.
그는 “한국당과 통합 협상을 하는 바른정당과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가”라며 “YS 3당 합당(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의 길에 휩쓸려달라는 것인데,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언행을 보면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안 대표가 부인하지만 상대는 단계적 3당(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을 주창한다”며 “다수 의원들이 (바른정당과 통합을) 반대한다”라고 적었다.
박 전 대표는 안철수 대표가 모델로 삼는 DJP 연합(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1996년 연합)에서 자민련은 햇볕 정책을 받아들였지만, 바른정당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치는 명분과 실리가 있어야 한다. 통합으로 정체성과 가치를 잃고 원내 의석도 잃는다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는 소수의 의원이라도 반대하면 설득이 필요하다. 하물며 다수 의원이 반대하면 용단을 내려야 한다”며 안 대표의 통합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현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