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특유의 ‘이스터에그’(Easter Egg)였을까. 본방송을 재개한 무한도전에서 타방송사 뉴스 화면이 등장했다. 김태호 PD 등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 노조) 소속 제작진이 파업을 마치고 복귀한 첫 방송에 메시지를 담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한도전은 결방 11주 만인 지난 25일 오후 6시25분 본방송을 시작했다. 콘셉트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영 등 고정 출연진의 근황을 전하는 ‘무한뉴스’였다. 고정 출연진 5명과 게스트로 초청된 조세호 등 6명은 뉴스 스튜디오처럼 꾸민 녹화장에 앵커처럼 정장을 입고 출연했다.
타방송사 뉴스 화면은 방송 시작 38분30초쯤 녹화장 내부 모니터에서 포착됐다. 출연진이 사전 녹화분을 함께 시청하던 중 유재석이 집중하지 않는 조세호를 잡아내며 웃는 장면이었다. 조세호는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저 위에 뉴스를 보고 있었다”고 둘러댔다. 그러면서 화면에 잡히지 않은 녹화장 내부 상단 모니터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카메라가 방향을 바꾸면서 비춘 녹화장 내부 상단에는 두 대의 모니터가 있었다. 그 중 한 대는 녹화장 내부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을 표시하는 모니터였다. 나머지 한 대에서는 MBC가 아닌 SBS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3초가량 잠깐 지나가는 장면이었지만 눈썰미가 좋은 일부 시청자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확인 결과, 이 장면은 지난 23일 방송된 SBS 정오 뉴스의 일기예보였다.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실시간 상황을 확인하는 단 하나의 모니터에 자사 방송을 배제한 상황은 다소 이례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김 PD 등 MBC 노조 소속 제작잔이 파업 기간 동안 김장겸 전 사장과 같은 목소리를 낸 자사 보도국에 암묵적으로 보낸 경고조의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장면 곳곳에 숨긴 ‘이스터에그’의 의미를 다시 해석하는 재미를 시청자에게 선사했다. ‘이스터에그’란 보편적으로 게임 개발자가 전개와 무관하게 숨긴 기능이나 메시지를 말한다. 출판 영화 가요 방송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무한도전은 시사 현안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장면이나 자막에 ‘이스터에그’를 숨겼다. 잠깐 나타났던 SBS 방송 뉴스를 ‘이스터에그’로 본 일부 시청자들의 생각도 그렇게 과도한 해석은 아니었다.
MBC 노조는 지난 9월 4일 공영방송 정상화와 김 전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김 PD를 포함한 노조 소속 제작진도 무한도전 제작을 중단했다. 지난주까지 12주 동안 기존 방송분을 재편집한 특집을 편성했다. 파업은 김 전 사장의 해임안이 가결되고 이틀 뒤인 지난 15일 잠정 중단됐다. MBC 노조는 “파업을 잠정 중단하지만 지금의 경영진이 책임지고 물러날 때까지 쟁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PD와 제작진 등 MBC 노조원은 무한도전 본방송을 시작했다. 토요일 밤 예능프로그램의 강자인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본방송 재개와 동시에 상승했다. 닐슨코리아는 26일 무한도전의 하루 전 방송이 전국 기준 9.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 TNMS가 집계한 시청률은 10.5%였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