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최근 다시 떠올리기도 괴로울 정도로 일을 당했다.
그는 서울의 C대학 병원에서 사랑니 신경수술을 받기로 돼 있었고, 수술전 검사로 진행된 피검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다음날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온 이후 그의 고통이 시작됐다.
"혈액에서 HIV양성이 나오셨어요. 나와서 다시 검사를 받으세요."
A씨는 감염 경로가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이런저런 물음에 간호사는 "잘 모르겠다"며 "재검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한 게 전부였다. 그는 재검에서도 20분만에 HIV 양성 판정을 다시 받았다. 그에게 남은 것은 보건환경연구원의 2차 확진검사뿐이었다.
그는 검사결과가 나오는 3주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 누웠다. 가족은 물론 남자친구까지,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자신의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극단적인 생각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3주뒤 HIV '음성'이라는 최종 판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시작하자는 연락이 왔지만, A씨는 수술을 취소하고 다시는 그 병원에는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A씨 같은 '검사상 위양성'는 매년 수백명이 발생 중이다. 검사상 위양성은 HIV에 감염이 되지 않았어도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정확한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에이즈 1차 선별검사에 사용하는 8종의 시약의 특이도(HIV음성이 양성으로 나오는 확률)는 97.0~100%로, 확률상 최대 100명중 3명은 에이즈균 보균자가 아닌데도 양성으로 나온다. 원인은 결핵, 자가면역질환, 복용중인 약 등 여러가지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 환자를 조기 발견해 조기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검사 시약은 HIV 항체 또는 그와 유사한 구조의 물질에 대한 민감도를 매우 높혀 양성 환자를 놓치지 않고 선별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기술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더라도 정확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려 보라'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봤다"며 "정부가 검사자에 대해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의료기관에서 검사할 때 간략하게 설명해 검사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문제가 간혹 있다"며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그렇게 되도록 지도감독하겠다"고 말했다.
◇검사상 위양성=위양성이란 HIV 감염사실이 없는데도 HIV 항체를 가진 것처럼 양성반응이 나온 혈액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HIV 1차 검사는 민감도를 높여 20분만에 빠르게 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감도(양성 환자가 음성으로 나올 확률)은 0%지만, 반면 음성이 양성으로 나올 확률도 0~3% 가량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