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가족의 땅 지켜낸 파키스탄 여성전사, 오스카상 후보로 올라

입력 2017-11-25 18:12 수정 2017-11-25 18:18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영화 'My Pure Land' 포스터

2005년 8월의 어느 여름밤. 200명의 무장괴한이 집을 둘러쌌다. “녀석들을 죽이거나 여기서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야. 절대 물러나지 않겠어.” 스물여덟 나이의 나조 다레조와 그의 두 자매는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쥔 채 지붕으로 올라갔다. 이윽고 밤공기를 뚫고 한바탕 총격전이 벌어졌다.

자신의 손으로 가족을 지킨 파키스탄의 여성 영웅 다레조의 이야기가 내년 3월 아카데미 시상대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AFP통신은 다레조의 이야기를 다룬 사루마드 마수드 감독의 영화 ‘나의 고결한 땅(My Pure Land)’이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First They Killed My Father)’와 요아힘 드리에 감독의 ‘델마(Thelma)’ 등 쟁쟁한 작품과 함께 외국어작품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올해로 40세가 된 다레조의 이야기가 시작된 건 파키스탄의 신드 주(州)의 조그만 마을이다. 당시 그를 습격한 건 다름 아닌 친척들이었다. 아버지 생전부터 재산을 노리던 친척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무장괴한들과 함께 오빠나 남동생이 남아있지 않은 다레조의 집을 덮쳤다. 아내가 많았던 할아버지의 다른 자손들이었다. 남편은 제발 조용히 항복하자고 매달렸지만 다레조는 거절했다.

다레조와 자매들은 남자들의 공격을 이겨내기로 했다. 보수적인 파키스탄에서도 다른 가정의 아들 못지않게 대학 졸업장까지 받아낸 그들이었다. 남편과 가까운 친구, 이웃들이 그와 함께했다. 이날 밤을 무사히 버틴 다레조의 가족은 5년 간의 소송 끝에 친척들로부터 보상금 50만 루피(840만원)와 공개 사과를 받아냈다. 다레조는 이웃들에게서 여성 영웅을 뜻하는 존칭 ‘와데리(Waderi)로 불렸다.

다레조의 이야기는 2013년 영국 태생의 파키스탄 출신 영화감독 마수드의 귀에 들어갔다. 마수드 감독은 다레조의 사연을 98분짜리 파키스탄어(우르두어) 영화로 만들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영화는 결국 내년 아카데미상 외국어부문 후보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수상여부는 내년 1월에 발표되며 시상식은 3월에 열린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