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치매관리제, 기초자치단체 치매지원센터 직원들 비정규직 위기 호소

입력 2017-11-25 16:33 수정 2017-11-25 16:38
국가 치매관리제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치매관리사업에 참여하는 인력의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25일 기자에게 온 메일을 살펴보자.

“저는 서울시 자치구 치매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추진하고 계신 치매국가책임제, 치매안심센터 설치로 인해 2007년부터 10년간 열심히 일하고 있던 서울시 25개 자치구 치매지원센터 직원들은 한순간에 비정규직이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시절 내놓으신 치매지원센터 설치 확대 및 직원 처우개선이라는 공약을 믿고 지지해 온 저희들은 허무함과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현재 대학(종합)병원 위탁 운영 시스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대로 보건소 직영 시스템으로 전환되면, 치매지원센터 정규직 직원들은 기간제, 시간제 공무원이 됩니다.

그동안의 경력도 전문성도 무시당하고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합니다.

부디 우리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49511?navigation=petitions

링크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중 “국가 치매관리제와 비정규직 양산의 양립”이라는 글입니다.



서울에서 치매관리사업 분야에서 3년 정도 일을 하고 있는 간호사가 올린 청원들을 보자.

그는 “조기선별검진, 원인확진검사, 치매치료비지원, 방문간호, 인식개선사업 등등 짧은 3년의 시간동안 많은 업무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직원이 사직하고 새로 입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간호사는 “적은 인원으로 많은 어르신들과 보호자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는 한계가 있어 안정적인 인력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간호사는 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년수가 계속하여 늘어남에 따라 전체 사업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며 “전체사업비 중 인건비 비중을 70%가 넘지 않도록 하려고해도 전체사업비가 수년째 동결이 되는 상황이 되다보면, 인건비 비중은 계속해 커진다”고 호소했다.

이 간호사는 이어 “현재 많은 치매관리사업을 진행하는 곳들은 위탁이나 보건소 직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위탁은 말그대로 사업추진주체인 보건소가 관내 혹은 인근의 병원에게 치매관리 사업을 일정기간 위탁해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근로자는 기간제 임시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10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2017 국가치매관리워크숍’에서도 실시간 질문 온라인 공간을 통해 실무자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노인 보건 복지분야 경력자인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공무원 일자리 창출이란 목적으로 행정업무를 보던 경험없는 공무원을 팀장이나 팀원으로 채용하면 치매환자와 치매가족에게 전문성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치매지원센터 기존직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되지 못하면 현재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처지인 임기제나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전환될 상황인데 이런 폐해에 대한 대책은 있나요?”

“당장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들 처우는 안중에 없고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는 정책들만 펼쳐 놓는데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거기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언제 일터에서 물러날지 모르는 불안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다면 이게 과연 정부가 말하는 치매를 국가가 책임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나라에 봉사만 하고 물러나게 된다면 누가 그 현장에서 일하려 하겠습니까.”

“기간제로 들어와 일할 때는 딱 거기에 맞는 개인적인 동기부여를 가지고 일합니다. 계약기간이 늘어날수록 장기적인 사업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일합니다. 고용의 안정성에 있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성을 확보하고 노후까지 연금으로 보장된 공무원집단이 민간직원과의 협력사업을 계획하고 나아가려는 시점에서 시간제이니 계약직이니 등의 말을 꺼냄 자체가 사업을 그냥 하나의 일로만 보는 것입니다. 고용의 안정과 안심없이 치매사업의 안정과 안심 안심센터의 성공은 없습니다.”

“인재찾기의 핵심전략은 비전이 아니라 보수와 처우개선 복지 등의 현실적인 문제라 생각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개선방법을 가지고 계신가요?”

“치매안심센어의 가족지원, 쉼터 지원 등은 단기 사업이 아닌 장기 사업인데 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시간제, 기간제로 근무함으로 계속 변경되는게 과연 올바른 인력구성관리인지 고민 부탁드립니다.”

“계약직으로 직원채용을 계속한다면 사업의 연속성에서 문제가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단순히 수를 늘이는 일자리 창출이 아닌 질적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원합니다.”

“지금 기초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인력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현실은 하루 일급으로 계산되거나 주 35시간 선택제 공무원 9급에 60% 받는 직원들로 채용을 하는데 치매관리사업은 더욱 후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전문가분들도 아시다시피 현재 치매는 전문가들이 제대로 평가하고 거기에 맞게 중재를 하고 보호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 및 돌봄 기술을 알려줘야 하는데 기본인력을 저런식으로 뽑는데 어떻게 제대로 치매관리가 가능할지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치매관리사업을 진행하던 기존의 많은 직원들은 2017년 새로운 정부와 함께 논의된 국가치매관리 정책에 큰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업인력의 증가와 예산의 확대 등 여러 면에서 지원이 이루어지면 어르신 한 분 한 분에게 질적으로 더 좋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겠다는 마음도 컸습니다.

하지만 논의가 이어지고 구체적 시행방안이 나오고 현재 각 지자체가 인력충원을 위한 공고를 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비참한 심정이 듭니다.

결국에는 나아짐이 아닌 오히려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이 자리도 불안한 자리로 전락하는구나 싶습니다.

많은 직원들이 미혼이고 나름 청운의 꿈을 안고 열심히 일하는데, 이러한 불안정성 속에서 어떠한 계획과 꿈을 키워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다른 센터들의 직원들도 결국에는 답은 공무원 준비를 해야는건가 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오직 공무원만이 꿈인 나라로 계속 이어지게끔하는 정책에 근본적인 물음과 이의를 제기합니다.

문득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초기 공청회 때 어느 지자체의 공무원 분이 하셨던 발언이 생각이 납니다.
보건소에서 관련사업들로 민간인들을 뽑는데 호봉을 너무 쳐준다, 담당 주임보다 연봉이 높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과 그 발언에 많은 담당공무원들이 박수를 치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이미 다른 병원이나 사업체에서 경력이 있는 상태에서 보건소 관련 사업에 민간인으로 채용이 되면 당연히 그에 맞는 호봉 계산을 통해서 월급을 주는게 당연한 것이고, 민간인들은 공무원과 다르게 자신의 노후를 위해 수십만원이 넘는 돈을 개인연금을 들어야 하는데 이러한 일반 국민들의 사정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듯한 그 발언에 정말 화가 났었습니다.

얼마 전에 최저임금 상승과 관련해서 편의점알바생이 말단 공무원보다 임금이 높다고 하는 주장이 나왔었던 우스웠던 상황들, 뉴스가 문득 또 생각이 났습니다.”

이같은 목소리와 관련, 일부 전문가는 “간호사 인력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핀란드의 경우 의사의 진단권한을 간호사에게 이양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예산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이직률은 계속 높을 것”이라며 “한국 뿐만 아니라 치매분야 인력의 높은 이직률은 세계적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