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환수 미르재단 기금, 장애예술인진흥기금으로 조성해야”

입력 2017-11-25 12:01 수정 2017-11-25 12:47
장애예술인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방귀희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참가해 KBS에서 31년동안 방송작가로 일한 장애예술인 당사자인 자신의 사례를 예를 들며 장애예술인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다.


그는 현재 숭실대학교에서 ‘문화복지론’과 ‘문화예술복지정책론’ 등의 강의를 하고 있다.

방 대표는 “‘어떤 사람을 장애예술인으로 볼 것이냐’, 또 ‘장애예술인들이 몇 명이나 되느냐’ 에 대한 선행연구를 조사한 결과 사람의 2%가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논문이 있다”면서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수는 273만여명인데, 장애인의 경우도 2%가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약 5만5000여명 정도가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활동하고 장애예술인 인구는 1만명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예술인복지법 제2조는 예술인에 대한 정의에 대해 ‘예술인’이란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해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방 대표는 “장애예술인은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는 장애인을 말한다”며 “그 업이 작동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예술활동으로 경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법률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12장애문화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의 82.18%가 발표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장애예술인의 활동에 어떤 지원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창작 비용 지원이 43.9%로 1순위를 차지해 창작지원금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장애예술인은 예술 활동으로 도저히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동근 국회의원은 장애인체육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자의적이라며 장애예술인 300명 지원 근거가 장애인체육연금 대상자라고 할 경우 장애체육인은 메달을 딸 때 연금포인트가 있는만큼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으나 장애예술인 지원대상의 규모가 공식제기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방 대표는 “장애인예술은 예술 분야에서는 전문 예술로 봐주지 않아서 밀리고, 복지분야에서는 예술은 배부른 소리라고 후순위로 밀려서 설 자리가 없다”며 “심지어 장애인문화체육에서도 밀려나있다”고 언급했다.

방 대표는 “장애인선수들은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서 메달을 획득하면 일반선수들과 똑같은 액수의 연금을 받는다”며 “전국대회, 세계대회, 종목별대회 등 출전 기회도 많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예산 규모에서도 장애인문화예술 예산은 장애인체육 예산의 10%에 불과하다”며 “장애예술인창작지원금제도, 장애인예술 공공쿼터제도, 장애예술인 후원고용제도를 도입해 예산규모를 장애인체육 수준으로 10배정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경우 장애인의무고용을 해야하는 사업체에서 장애예술인을 후원하면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고용률 0.08%로 최하위를 기록한 부영주택이 인천지역의 발달장애인 예술단을 후원하면 고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도 장애인 고용률 0.75%에 불과하고, 한진그룹 소속 계열사인 진에어의 장애인 고용률 역시 0.22%에 불과해 장애예술인 후원을 할 경우 이들 민간기업의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 대표는 “법을 집행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고 전제, “장애예술인의 예술활동과 장애인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설치하는 장애인예술진흥기금은 새로 만들지 않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예술인지원금의 일부와 복권 기금의 일부 그리고 국고로 환수될 미르재단 기금 등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영국은 잉글랜드예술위원회에서 장애인예술을 위해 장애평등계획을 수립해 일반 예술과 동등하게 지원을 하고 있으며, 스웨덴에서는 장애예술인을 스톡홀롬예술재단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에이블아트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예술 분야를 구축했고,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중국장애인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국립장애인예술대학을 통해 교육부터 예술 활동까지 연계해서 지원할 정도로 장애인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방 대표는 “대한민국도 장애인문화예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장애예술인들의 현실을 알게 된 한 불교계 문화재단에서 올해부터 장애예술인 60명에게 월 30만원씩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장애예술인들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예술 활동에 자신감을 갖게 됐으나 이 지원은 언제 중단될지 몰라 법적인 장치가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방 대표는 25일 “장애예술인지원에 관한 법률의 지원 대상은 300명 규모”라며 “예산규모는 장애인체육연금과 같은 액수인 월 10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연 36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방 대표는 또 “장애인복지계에서는 개인예산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며 “장애예술인지원법은 장애를 갖고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인의 창작권을 보장해주는 가장 이상적인 법률인만큼 장애예술인지원에 관한 법률로 장애예술인들에게 문화적,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방 대표가 제시한 장애인예술정책의 방향 전문이다.

Ryerson University(2004)에서 제시한 장애인예술 발전의 3단계를 보면 첫 번째 단계는 장애예술인 자신이 예술인이라는 정체성을 갖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장애인 커뮤니티에서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고, 세 번째 단계는 장애예술인의 활동이 주류 예술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 3단계를 밟아가기 위해서는 첫 번째 단계인 장애예술인의 정체성을 먼저 구축하여야 하는데 장애예술인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하고 장애예술인이 갖고 있는 정체성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있었던 에이블아트 운동(西尾,2010; 김언지, 2012)은 1단계는 장애인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는 활동으로 장애인의 예술작품을 재인식하고 그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것이고, 2단계는 주체를 장애인에서 지원자까지 확대시켜 장애인의 창작과 감상 환경을 확립해나가기 위해 지역사회 안에서의 지원 체제를 구축하고, 3단계는 주체가 시민 전반으로 문화예술 활동에서의 정상성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적인 장애인예술 모형을 개발하여 한국장애인예술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이를 위하여 장애인예술정책을 펼칠 수 있는 법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진흥법 제15조의 2는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위하여 장애인의 문화예술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을 장려, 지원하기 위하여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렇듯 지원할 수 있다는 선언적인 규정으로는 장애예술인의 창작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장애인예술정책연구(2012, 한국장애예술인협회)에서 장애예술인지원법률(안)을 제시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애예술인창작지원금 제도
장애예술인은 취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활이 열악할 수밖에 없기에 창작지원금으로 생활의 안정을 통해 창작의욕을 고취시켜 줘야 한다. 

장애인 선수들은 현재 300여 명이 경기력향상 연구연금을 받고 있는데 연금 액수는 최고 100만 원인 것을 감안해 그에 준하는 장애예술인에게 창작지원금이 책정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장애인예술 공공쿼터제도
장애인 취업을 위해 장애인을 일정 비율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실시되고 있고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중증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제도가 있듯이 방송, 영화, 출판, 전시회, 공연 등 모든 문화예술활동에 장애예술인의 참여를 일정 비율 의무화하는 장애인예술 공공쿼터제도가 필요하다.

-장애예술인 후원 고용제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으면 고용부담금이 부과되는데 그 고용부담금을 내지 않고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방법으로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는 것이다.

 장애예술인을 고용하여 창작 활동을 후원하는 것을 장애인고용으로 인정해주면 기업과 장애예술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장애예술인 후원고용제도 마련을 위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5조 1항에 사업주는 장애예술인을 고용하여 사업체 업무 대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것을 장애인고용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추가한다.

제28조 1항에 사업주는 장애예술인에게 최저임금의 60% 이상을 창작 활동지원금으로 지출할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것을 장애인고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추가하여 장애예술인 후원고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준다.

-사회적 공연(Social Entertainment) 제도
사회적 공연은 문화예술의 순수한 사회공헌과 상업예술로서의 경제적 독립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공연이다.

이런 장애인예술정책이 실현되기 위하여 장애인문화예술을 담당하는 정부 주무 부처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장애인문화예술 업무가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국 예술정책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체육국에 장애인체육과가 있듯이 예술국에 장애인문화예술과를 신설하는 것이다.

 과 신설에 앞서 팀이라도 꾸려져서 장애인문화예술의 정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장애인예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다. 장애예술인을 전문예술인으로 보고 장애인예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성숙한 국민 의식이 필요하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