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늘려달라는 국민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 9일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답변 기준선인 20만명을 넘어섬에 따라 청와대도 답변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 청원 9일 만에 20만 돌파
25일 오전 10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 청원 글은 20만7000명 가량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17일 글이 올라온 지 9일 만이다. 글쓴이는 청원 개요에서 “소말리아 피랍 사건, 북한군 판문점 귀순 사건, 경주·포항 지진 등의 공통점은 다수의 중증외상 환자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라며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썼다.
글쓴이는 또 “과연 우리나라에서 총상과 파편상 등 중증외상을 치료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인가”라며 “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군 귀순 사건 주치의 이국종 교수가 영통구청으로부터 헬기소음 민원 공문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한탄을 금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북한 병사가 귀순한 사건을 계기로 권역외상센터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첩보영화를 보는 듯한 탈출과정, 귀순 병사가 북한군 추격조의 집중 사격을 받는 모습이 유엔군사령부가 공개한 CC(폐쇄회로)TV 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중증외상센터 지원에 대한 여론은 뜨겁다.
◇그러나 현실은…내년 중증외상진료 예산 39억원 삭감
이국종 교수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총상을 입은 병사는 판문점에서 미군 헬기를 타고 30분 내에 병원에 도착했고, 30분 이내에 수술대로 옮겨졌다”며 “이런 중증외상진료체계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 환자 150명이 있는데 병상이 100개 뿐”이라며 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을 언급한 바 있다.
중증외상센터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현실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도 중증외상진료체계 구축 예산은 400억4000만원으로 올해(439억6000만원)보다 39억2000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권역외상센터 운영 예산은 339억4400만원으로 올해(338억6400만원)보다 8000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예산정책처는 “본 사업의 목적은 시장 자체적으로 의료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의료분야에 대해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서비스가 합리적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각 센터들의 정확한 운영수지를 파악해 지원규모를 정하는 게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