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장애인문화예술 한류를 만나다’ 국장협 장애인예술단 호치민서 평화콘서트

입력 2017-11-24 22:41
꿈누리앙상블이 24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치민 9.23공원에서 열린 평화콘서트에서 제주도 전통민요인 허벅장단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한라산 중허리에 시로미 익은승만승 서귀표 해녀가 바당에 든승만승 둥그데 당실 둥그데 당실 여도당실 연자버리고 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거나.”(허벅장단 민요 중)
24일 오후 7시(현지시간) 베트남 호치민 9.23공원에 물허벅(제주도 여인들이 물을 긷는 데 쓰는 물동이)을 든 제주도 아낙네들이 갈옷(감즙으로 염색해 만든 제주도의 민속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청소년으로 구성된 ‘꿈누리앙상블’이다. 꿈누리앙상블은 이날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의 공식행사인 평화콘서트에서 굿거리장단과 세마치장단으로 이뤄진 제주도 민요를 선보였다.
국장협 나눔챔버오케스트라가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고 있다.

콘서트에선 부채춤, 사물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대한민국의 전통 예술 공연이 무대를 수놓았다. 여기에 ‘모차르트 심포니 25번 1악장’ ‘라데츠키 행진곡’ ‘하이든의 세레나데’ 등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공연이 더해졌다. 무대에 오른 60여명의 예술인들은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국장협·이사장 최공열) 장애인문화학교 예술단 소속 발달장애인들이다. 서울 인천 대구 제주 등 전국 13개 지역 문화예술학교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이들이다.

꿈누리앙상블 창단멤버로 8년째 활동하고 있는 고지희(20·여) 단원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무대를 베트남에서 보여줄 수 있게 돼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라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단장 양현심(53·여)씨는 “지난 1년 동안 국제장애인문화교류제주협회 부설 제주문화예술학교에서 열심히 준비해 온 공연”이라며 “첫 선을 보이는 무대가 한국 장애인 예술을 대표하는 의미 있는 자리여서 단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국장협 서울문화예술학교 하늘나무무용단이 부채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엑스포의 주 공연장인 9.23공원 특설무대를 찾은 300여명의 관람객들은 공연이 끝날 때마다 연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사물놀이의 장단이 절정에 이르거나 화려한 색채의 부채들이 모여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어 때마다 장내가 들썩였다. 흐엉 지니(44)씨는 “공연을 펼친 예술인들이 모두 장애인이란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대단하다”며 앙코르를 외쳤다. 호주에서 온 관광객 제니퍼 페이지(24·여)씨는 “평소 K-POP에 대한 관심이 많아 한국 아이돌 그룹 노래들을 자주 듣는다”며 “공연을 통해 한국이 대중음악뿐 아니라 장애인 예술의 수준도 높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국장협 대구문화예술학교 하회별신굿탈놀이팀이 공연을 하고 있다.

희망콘서트는 지난 11일 개막해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지는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캄보디아와 터키에 이어 세 번째로 해외에서 열리게 된 이번 엑스포는 한류 열풍이 계속되고 있는 베트남에서 동남아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대한민국과 경상북도, 천년고도 경주시를 알리는 행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축사를 전하며 개막한 이후 9.23공원에선 경북도립 국악단, 전북 도립 어린이교향악단, 서울시 비보이팀 갬블러크루, 경북무형문화제 예천청단놀음, 한·베 전통무술 시범공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무대에 올랐다. 국장협 장애인문화학교 예술단은 장애인 예술팀으로서는 유일하게 초청됐다.
인천지역발달장애청소년으로 구성된 '풍물패 두드림'이 웃다리사물놀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풍물패 두드림에서 장구를 맡고 있는 이현재(20)씨는 “베트남에서 공연을 펼치게 돼 국가대표 같은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김덕수 명인 같은 훌륭한 예술인이 되어 대한민국을 더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도교사 김영중(48)씨는 “오늘 선보인 웃다리사물놀이는 7채 장단으로 이뤄져 남녀가 서로 주고받는 장단이 많다”면서 “베트남과 한국 사람들이 오늘 공연처럼 더 잘 교류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공열 이사장은 “예술인들이 장애의 벽을 뛰어넘어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호치민에서 도전과 감동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며 “장애인문화예술이 한류 열풍과 함께 문화복지국가로서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호치민(베트남)=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