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다 깨졌어요” 포항 저소득층의 눈물

입력 2017-11-24 21:5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포항 지진으로 연탄을 때는 1000여 가구가 피해를 입었지만 보상에서는 제외됐다.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집은 대부분 저소득 고령층이어서 새 연탄을 들일 형편도 안 되고 깨진 연탄조차 치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지진이 발생한 진앙에서 가까운 경북 포항 흥해읍 망천리에 사는 김정옥(76·여)씨는 겨울에 대비해 쌓아두었던 연탄 300장이 지진에 넘어져 깨졌다. 김씨는 24일 “집 근처 병원을 가야 해서 대피소에서 지낼 수도 없다”며 “겨울을 지낼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포항 연탄은행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진으로 이곳에서 연탄 때는 집들은 어딜 가 봐도 연탄이 다 깨졌다”며 “쌓아놓은 연탄의 70%는 지진으로 무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항 북구 대흥동에서 연탄가게를 운영 중인 김경애씨도 “우리도 지진 날 창고에 넣어뒀던 연탄이 1000장 넘게 깨졌는데, 가정집도 마찬가지”라며 “여진 때문에 또 깨질까봐 걱정되니까 주민들이 주문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애씨는 “겨울 추위가 본격적으로 닥쳐오는데 노인들이 어떻게 겨울을 나실지 걱정이 많다”고 했다.

연탄은 피해 집계조차 안 되고 있다. 포항 재난상황본부는 “우선 주택 등 시설물만 보상해주고 있다”며 “연탄뿐 아니라 TV, 냉장고 등 가재도구는 원래 보상 품목이 아니라서 따로 피해를 집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장은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손을 내밀고 있다. 포항 연탄은행은 기부 목표를 지난해 15만장에서 25만장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저소득층 연탄 구입비로 사용되는 에너지 바우처를 정부가 추가 발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에 깨진 연탄을 치우는 복구 작업도 시급하다. 나이든 피해자들은 깨진 연탄조차 치우지 못하고 있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개당 3.65㎏짜리 연탄 수백 장을 나르는 일은 젊은 사람도 힘에 부친다”며 “한 어르신은 장사를 나가야 한다며 봉사를 기다리지 못하고 혼자 깨진 연탄을 치우시다 앓아 누우셨다”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