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지진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을 찾아 수험생과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소수자를 배려하는 게 미래의 희망”이라며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민들에게는 내진 보강공사 및 지반 액상화 현상 대응 등 신속한 후속조치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포항여고를 방문해 수험생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전체 수험생 59만명 중 포항 지역 수험생은 5600명 정도로 1%가 채 안 된다”며 “정말 고마웠던 것은 (다른 지역) 학생·학부모들이 불평할 만했는데도 수능 연기를 지지하고 포항 학생들에게 응원을 보내주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국민 마음속에 대한민국의 희망이 있고, 늘 소수자를 함께 배려하는 게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미래의 희망”이라며 “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소수자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대성아파트, 이재민이 모인 흥해체육관을 잇달아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대성아파트 피해 주민들은 문 대통령에게 “여름옷밖에 가져오지 못했다” “삶의 터전이 망가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 지원체계가 주택 파손 보상만 있고 가재도구에 대한 것은 없다”며 “가재도구를 일일이 다 해드릴 방법은 없겠지만 소파나 냉장고라든지 값비싼 것들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또 대성아파트가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음을 지적하며 “포항시가 경제성과 문화재 보호, 환경과의 조화 등을 잘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흥해체육관에서는 이재민들에게 구체적인 후속조치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내진) 보강공사를 빨리 하고 액상화 현상도 잘 살피겠다.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소 문제도 검토하겠다”면서 “정신적 상처에 대해서는 심리치료 지원과 상담이 중요한 만큼 전문가가 상주하거나 방문서비스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교·서민주거·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 및 내진 보강, 주택 재건축 촉진 검토, 임대주택 확대, 입주보증금 혜택 확대, 전파·반파 지원금 및 저리 대출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진작 오고 싶었으나 국무총리가 현장 상황을 지휘하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교육부총리 등 정부 부처가 열심히 뛰고 있어서 초기 수습 과정이 지난 뒤 방문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이제야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하나 다 말씀 못 드렸을지 모르지만 중앙정부가 최선을 다한다. 정부의 노력을 믿고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주기 바란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밥차에서 시금치무침과 고등어조림 등을 배식받아 체육관 옆 비닐 천막에서 이재민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LH공사가 제공한 이재민 임대아파트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곳에서 이재민 김희숙씨에게 이불 세트를, 김씨는 문 대통령에게 포항 과메기를 선물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1년 전 지진이 있었는데 이재민이 아직도 집에 못 들어갔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우리가 아직 지진 대비가 안 돼 있어 그렇지 시작하면 우리가 좀 빠르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포항 방문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등이 수행했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