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사회적 참사 특별법’(사회적 참사법)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2012년 도입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제도의 첫 사례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대신 심사가 지연되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신속처리안건 제도를 도입했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국회 논의 기간이 330일을 넘길 경우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입장 차가 첨예한 법안을 신속히 처리할 우회로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신속처리안건 지정 후 본회의 처리까지 11개월이나 걸려 도입 취지와 달리 소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현재 패스트트랙은 원래 취지와는 달리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비슷하게 처리 기한을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기능한다”고 지적했다. 상임위 심사(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90일), 본회의 상정 시한(60일)에 각각 소요되는 심사 기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330일 동안 발생하는 정치·사회적 상황 변화 때문에 법안처리가 불투명해지는 측면도 있다. 신속처리안건은 상임위 합의 없이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는 의미일 뿐 결국 찬반에 따른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각 정당의 입장이나 이슈의 사회적 영향력 변동이 뒤따른다. 실제 본회의 표결에서 ‘처리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차피 본회의 표 대결이 중요한데 안건에 동의했던 이들의 의사가 바뀌면 다시 원점에서 협상해야 한다”며 “신속처리안건이란 이름에 걸맞게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속처리안건 심사기간 및 지정 요건 등을 변경하려면 국회선진화법 재개정이 필요하다. ‘식물국회’ 논란 등과도 맞물려 여야 모두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으로 여야가 바뀌면서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민주당은 내심 ‘소관 상임위 또는 전체 의원 3분의 2 동의’로 규정된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건을 ‘과반 이상’으로 낮추길 바라지만 과거 선진화법의 전반적 수정을 주장했던 야권은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