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가명·33) 목사는 서울 강북구 A교회에서 2016년 6월부터 교구 담당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담임목사가 그를 따로 부른 건 올해 초였다. “설교할 때 그렇게 성도들을 혼내듯 하면 어쩌나. 말은 또 어찌나 빠른지.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담임목사는 설교를 할 때 여유롭고 낮은 말투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다음 주 설교를 할 때는 톤을 낮추고 좀 더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마음에 차지 않았는지 담임목사는 자신의 설교 동영상을 보고 연습하라고 했다.
결국 동영상을 참고해 성대모사 수준으로 연습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박 목사의 말투는 간혹 넣는 추임새까지 담임목사와 흡사해졌다. 말투에 맞추다 보니 설교 내용도 덩달아 부드러워졌다. 성도들 중에는 “패기 있는 설교가 담임목사님과는 또 달라 매력이 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이도 많았다. 하지만 자신을 닮길 바라는 상관의 뜻을 거스르기는 어려웠다.
김찬일(가명·36) 목사를 비롯한 경기도 성남시 B교회의 부교역자 8명은 매주 목요일 담임목사에게 설교를 제출한다. 각자가 주일에 할 설교를 사전에 점검받기 위함이다. 토요일 오전이 되면 담임목사 방에 불려가 빨간 펜으로 첨삭된 각자의 설교 원고를 돌려받는다.
그 자리에서는 약 두 시간에 걸쳐 강의가 이어진다. 담임목사는 설교 시 지양해야 할 표현 등을 가르친다. 김 목사는 “자칫 설교에 적합하지 않은 예화를 드는 등의 실수를 할 경우 성도들이 예배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며 실수를 줄이기 위해 담임목사가 마련한 방법”이라고 했다.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점차 첨삭의 정도가 심해졌다. 시국이나 교계에 대한 비판 내용이 담긴 설교는 성도들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담임목사는 “괜한 말로 여론 형성하지 말라”며 설교 원고를 다시 써오라 강권했다. 그러다 보니 부교역자들 사이에선 자체 검열이 일상이 됐다. 담임목사의 구미에 맞는 내용 위주로만 설교 원고를 쓰게 됐다.
다수의 목회자는 사역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설교라고 말한다. ‘설교능력이 곧 목회능력’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국민일보가 기독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목회자의 설교 내용이 좋다’는 응답(28.5%)이 가장 많았다.
또 목회자의 설교내용이 곧 교회의 정체성이라는 생각에 많은 담임목회자들이 부교역자의 설교를 자신의 색깔에 맞게 지도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잘못을 꾸짖기보다는 성도들이 듣기 좋아하고, 복을 비는 내용의 설교를 강요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당시 힘을 잘못 사용한 권력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에 분노하며 질책하셨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교계 지도자들은 목회자들이 잘못을 준엄하게 비판하는 선지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교회의 옹위를 위해 권력의 편을 들었던 것을 회개했다. 한국교회 안에는 간음한 다윗의 잘못을 지적하며 회개를 촉구했던 나단 선지자 같은 이가 항시 존재해야 한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