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관리집사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 따르는 교회 얼굴입니다"

입력 2017-11-24 16:18 수정 2017-11-24 16:39
교회 관리집사 모임인 '청지기회' 27차 정기총회가 지난 20일 저녁 경기도 광명 한내일로 남광교회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이 예수님의 사랑으로 하나 되자며 엄지척을 하고 있다. 광명=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20일 저녁, 경기도 광명시 한내일로 남광교회(담임목사 조재호) 예배당. 나이 지긋한 중년들이 찬양과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잠시 후 간증이 이어졌다.

“교회 관리집사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입니다.”(K관리집사·43)
“청소하는 일도 하나님의 일이고 교회의 작은 비품 하나도 하나님 것입니다.”(L관리집사·50)
“때론 막노동 일꾼 취급하는 교인을 만날 때 속상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 사역을 한다는 긍지로 살아갑니다.”(P관리집사·48)

자신들의 삶과 신앙을 고백하는 중년들의 표정에서 그늘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출범 28년째인 교회 관리집사들의 모임, ‘청지기회’ 회원들이다. 회원들은 이날 예배와 정기총회를 열고 미자립 농어촌교회 5곳을 지원키로 했다.

이들은 회비와 헌금을 모아 매달 미자립 농어촌교회를 후원한다. 미자립 농어촌교회가 도움을 요청해 오면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친다. 아예 휴가 때 봉사활동을 벌인 적도 있다. 전남 진도군 백야교회의 경우, 회원과 가족 40여명이 여름휴가를 떠나 교회를 수리했다. 깨진 유리를 새로 끼워주고 옥상 방수공사까지 끝냈다. 녹슨 천장 합판도 갈아주었다. 충남 보령시 외연도교회에서도 방수공사를 했다.

강원도 고성 수해 때도 현장을 찾아 이재민 가정의 집들을 새롭게 꾸며줬다. 태안 기름띠 제거 작업에도 참여했다. 샘물호스피스 자선바자의 진행을 위해 천막을 설치하고 마무리 공사를 했다.

이날 새 회장에 추대된 허재경(60·서울 동일성결교회) 집사는 “어려운 교회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면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며 “어려운 교회의 사연을 듣다 보면 하나같이 절절하다.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회원들이 기쁜 마음으로 섬김의 사역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원들은 교회의 살림을 챙기다 보니 능력이 많다. 운전면허는 기본이고 보일러나 전기관리 자격증도 대부분 갖고 있다.
30년째 관리집사로 일하는 이 단체 서기 이길우(62·서울영동교회) 집사도 마찬가지다. 이 집사는 “맥가이버처럼 뭐든 자기 손으로 척척 해내야 할 때가 많은 회원들은 틈틈이 어려운 교회나 성도들을 찾아 자신의 달란트를 살려 봉사활동을 한다”고 했다.

회원들은 매달 한 차례 모임에서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들을 즐겁게 펼치곤 한다. 모임 때마다 꼭 예배를 드린다. 지도목사의 설교를 듣고 하루 일과 정리, 살가운 대화를 나누면서 개인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만날 드리는 예배를 또 드리느냐고 반대한 회원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회원은 예배 드리길 원했다. 하나님께 예배를 먼저 드리는 것이 모든 행사의 출발임을 믿기 때문이다.

관리집사를 그만두고도 참석하는 이가 많다. 모임이 즐겁고 유익하기 때문이다. 유태인(66)씨는 “관리집사 일을 그만두었지만 모임이 좋아 빠지지 않고 나온다. 우리 회원들은 늘 승리하는 사람들”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청지기회는 이런 봉사활동 외에 다음 카페(http://cafe.daum.net/gomawoom)를 통해 구인·구직, 자격증 취득과 같은 정보를 나눈다.

모임에서 설교를 전한 조재호 목사는 “관리집사는 교회의 얼굴”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관리집사이고 관리집사가 미소 짓고 있으면 좋은 교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나님은 낮은 자리에서 섬김을 다하는 여러분의 수고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여러분이 천사 같은 마음으로 교회를 돌봤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사회에 교회 이미지가 더 많이 좋아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십시오.”


광명=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