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13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전면 금지한 식당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시정 권고 조치를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이 사건은 2016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배우자, 자녀 3명과 함께 제주도에 있는 한 이탈리아 식당을 방문했다가 주인 B씨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 ‘13세 이하 아동은 이용하지 못한다’는 식당 방침 때문이었다. A씨 자녀 중에는 9살짜리 아이가 있었다. A씨는 식당 주인 B씨가 아동에 대해 부당한 차별행위를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식당 주인의 항변 “아동 출입 제한은 불가피한 조치”
B씨가 처음부터 ‘노키즈존’을 내건 것은 아니었다. 처음 식당을 개업했을 때는 아동 전용의자와 그릇까지 비치할 정도로 아이의 식당 방문을 환영했다고 B씨는 주장했다. 그러던 중 사고가 터졌다. 한 손님의 아이가 식당 주변 돌담에서 놀다가 다치게 되자 아이 부모는 B씨에게 치료비를 요구했다. 게임기 소리를 크게 낸 아이에게 주의를 주자 아이 부모가 “놀 거리도 없는데 왜 아이를 제지하느냐”며 항의한 적도 있었다.
테이블 위에서 어린 자녀를 눕히고 기저귀를 갈던 손님이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옆 좌석에서 항의가 들어온다고 양해를 구하자 오히려 이 손님은 화를 내며 기저귀를 던지고 나가버렸다. 식당 안에서 어린아이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한 B씨는 2016년 3월부터 식당 출입문에 ‘13세 이하는 입장이 불가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팻말을 내걸었다.
◇인권위 “합리적 이유 없다…일부 사례 일반화 안돼”
인권위는 그러나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상업시설 운영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시설을 운영할 자유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와 같은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특정 집단을 특정한 공간 또는 서비스 이용에서 원천 배제하는 방식으로 구현되는 경우 합당한 사유가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B씨 식당은 파스타, 스테이크 등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유해한 장소가 아니며 시설 이용에 특별한 능력이나 주의가 요구되지 않는다”며 “식당 이용과 연령 기준 사이에 합리적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B씨의 조치는 아동에 대한 배제 뿐 아니라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 배제로 작용한다”며 “모든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가 큰 피해를 입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아동 출입을 전면 배제하는 것은 일부 사례를 일반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