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전체 95%에 화상을 입었던 프랑스 남성이 쌍둥이 형제의 피부 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세계 최초이 수술이었다.
화학 약품 화재 사고로 죽음을 눈앞에 뒀던 프항크 뒤포흐망텔르(33)는 최근 쌍둥이 형제 에히로부터 머리와 등, 다리 등의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다. 두 형제의 수술은 손상된 피부 제거와 이식 사이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각각의 수술 방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의료진은 “화상을 입은 피부를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중증 화상 환자들은 죽은 사람이나 혈연 관계가 없는 사람의 피부를 이식받는다. 이 경우 수주일 내에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쌍둥이 사이의 피부 이식은 이 같은 거부 반응을 피할 수 있다. AFP통신은 95% 피부의 이식이 쌍둥이 사이에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전 기록은 68% 화상 환자의 이식 수술이었다.
프항크가 화재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사고 당시는 아직도 생생하다. 프항크는 “사람들이 엎드리라고 소리쳤지만 나는 그대로 달렸다”면서 “화재가 발생하면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보통 화재 시 바닥에 엎드리면 불에 덜 노출되고 그 사이 주변 사람들이 옷이나 담요 등을 덮어 끌 수 있는데 당시에는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사고 후 프항크는 10여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현재 집에 머무르며 생활하고 있다. 그는 “최근 진통제를 끊었다”면서 “더 이상 고통은 없다”고 말했다. 프항크는 최근 다시 걷기 시작했고 서서히 손도 사용하고 있다. 왼손은 집게처럼 집을 수 있는 정도고 비교적 부상이 덜했던 오른 손은 펜을 들고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기적적으로 얼굴은 거의 이전 모습을 회복했다.
프항크는 “내 팔에 프레스코 모양의 문신이 새겨진 것 같다”며 “나에게 남겨진 유일한 것은 ‘생명’이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프항크에게 피부 절반을 이식해 준 에히는 특수 장비를 이용해 피부를 ‘확장’시켰다.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이제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부 색소 상에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