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 ‘귀뚜라미 빵’이 등장했다. 귀뚜라미를 갈아서 재료로 사용한 빵이 정식 상품으로 출시됐다. 빵 한 덩어리에 귀뚜라미 70마리가 들어가 있다. 핀란드는 지난 9월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어 곤충의 식용 판매를 허용하자 ‘골드러시’라고 표현될 만큼 ‘곤충 음식’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 빵 한 덩어리에 귀뚜라미 70마리
핀란드 식품업체 파제르는 24일(현지시간)부터 자사의 베이커리 매장에서 귀뚜라미 빵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곤충이 제과·제빵 상품에 활용되기는 처음이다. 파제르는 “귀뚜라미를 완벽하게 말린 다음 갈아서 밀가루, 호밀 등과 섞어 반죽해 만든 제품”이라며 “식용 귀뚜라미는 네덜란드에서 수입했다”고 설명했다.
파제르의 혁신 담당 임원 주하니 시바코프는 “귀뚜라미 빵 상품은 지난여름에 이미 개발이 완료됐었다”며 “정부의 식품 규제가 풀리는 시점에 맞춰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귀뚜라미 빵이 일반적인 호밀빵보다 더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바코프는 “소비자에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는 동시에 빵이란 친숙한 형태를 통해 곤충 식품 거부감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파제르는 귀뚜라미 빵을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매장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한 뒤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귀뚜라미 빵 시식에 참여한 학생 사라 코이비스토는 “먹어봤는데 보통 호밀빵과 차이가 없다. 빵 맛이 난다”고 말했다.
◇ 식량난·환경파괴 줄이기 위해… “곤충을 먹자”
핀란드 농림부는 지난해부터 식용 곤충 생산을 연구해 왔다. 투르쿠대학과 천연자원연구소가 기술혁신청(TEKES)의 지원을 받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분석해 최근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면 곤충도 안전한 먹을거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식품안전법에 식용 곤충 관련 조항을 신설해 일반 식품처럼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투르쿠대학 연구팀의 테르히 포야헤이모는 “곤충은 육류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만큼 고효율 단백질원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며 “서구에서 아직은 곤충을 먹는다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지만 대규모 식량 위기 등에 대비해 식용 곤충의 대량 생산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덴마크는 이미 곤충 식품 상용화를 허용한 상태다. 핀란드는 유럽에서 6번째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매년 11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축제 ‘슬러시'에서도 그동안 식용 곤충으로 만든 쿠키와 미트볼 등을 선보이는 식품벤처기업이 여럿 등장했다. 식용 곤충 산업화는 이미 시작됐다.
핀란드 소비자도 곤충을 먹는 것에 개방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르쿠대학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명 중 1명이 ‘곤충을 어떤 형태로든 먹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50%는 ‘곤충으로 만든 음식을 사 먹을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스웨덴인은 40%, 체코인 30%, 독일인 25%가 각각 '앞으로 식용 곤충을 사 먹을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핀란드에서 인기 있는 곤충은 귀뚜라미와 밀웜(갈색거저리의 애벌레) 등이다.
◇ 유엔도 장려하는 곤충 식용화
영국 BBC 방송은 파제르의 ‘귀뚜라미 빵’ 소식을 전하며 “세계의 기아 문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시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유엔은 2013년 세계에서 약 20억명이 어떤 형태로든 곤충을 먹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렇게 식용으로 쓰이는 곤충의 종류는 1900가지가 넘는다. 유엔 식품농업기구(FAO)는 2013년 곤충의 식용화를 권장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