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해균 선장 “자살 생각, 이국종 교수 위로에 버텼다”

입력 2017-11-24 09:40 수정 2017-11-24 10:34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소말리아 해적과 싸우다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자신을 치료한 이국종 교수의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석 선장은 23일 채널A에 “그걸 인권침해라고 하는 것 같으면 어떻게 의사들이 치료하겠느냐”면서 “다음에 또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아, 이렇게 되겠다' 다른 사람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치료받을 때 가까이서 지켜 본 이 교수는 어떤 모습이었냐는 질문에 석 성장은 “(이 교수는)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환자에게만 매달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내가 ‘당신 건강부터 먼저 챙기십시오. 선생님이 건강해야 다른 환자도 돌볼 것 아니냐'라고 하자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답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금 한쪽 눈이 안 좋다. 거의 실명에 가깝다”면서 “제발 빨리 치료하라고 해도 계속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조금 답답한 사람이다”고 전했다.

석 선장은 또 2011년 총상을 입고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당시 “정상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아 정말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런데 이국종 교수가 걱정 말라고 계속 위로해줬다”고 회고했다.

이어 “살아나서 행복하다. 여기서 주어진 삶은 제2의 인생이니까 다시 시작하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며 이 교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지난 22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열린 북한군 귀순 병사 관련 2차 브리핑에서 그간의 논란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앞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인격 테러’ 발언 때문만은 아니었다. 의료계 내에서 이 교수를 향해 보낸 냉담한 시선에 대한 반박이었다.

그는 “나는 칼을 쓰는 사람이다. 외과 의사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전문화된 일에 특화돼 있다. 말이 말을 낳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잔치가 돼 버리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 나갈 힘이 없다”며 “환자를 치료하는 건 이벤트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의료계 일부 의사들이 "별 것도 아닌 환자를 데리고 '쇼'를 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구출된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의 수술 장면을 담은 프레젠테이션(PPT)를 언론에 공개하며 반박했다.

그는 중증외상 의료계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나도 출동하면서 어깨가 부러진 적이 있고 간호사가 수술 중 유산한 적도 있다”며 “환자의 인권침해를 말하기 전에 중증외상센터 직원들도 인권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언론인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