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장관 오늘 농해수위 출석… 답해야 할 의문점들

입력 2017-11-24 08:25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에 휘말린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4일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다. 유해 발견 경위 및 조치를 보고하고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할 예정이다. ‘질의’보다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장관 해임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란 주장을 펴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는 오후 2시로 잡혀 있다.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미수습자 유해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하고도 닷새나 알리지 않은 경위를 놓고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은 집중공세를 벼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현장수습본부의 ‘자의적 판단’

김 장관은 23일 대국민 사과를 했고 책임자 문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해수부 자체 조사에서는 현장수습본부가 선체에서 유골을 발견하고도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함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흘이나 지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뒤늦은 보고를 했지만, 현장본부는 장관의 후속지시조차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김 장관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 뜻에 따라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현장본부의 김현태 부본부장 등 5명을 상대로 유골 수습사실 은폐와 관련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7일 사람의 뼈 1점을 발견했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의 추모식과 장례식 일정에 차질을 우려해 통보를 미뤘다”고 밝혔다.

이철조 현장본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발견된 유골이 미수습자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했다. 미수습자 발인 및 삼우제 이후에 이런 사실을 알리려 했다. 이 본부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장례식을 앞두고 극도로 심리상태가 불안했다”며 “사실을 통보할 경우 심리적 충격이 가중되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20일에야 유골 수습 상황을 보고받았다. 김 장관은 “매뉴얼대로 선체조사위원회와 미수습자 가족에게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현장본부는 이마저도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장례식 동안 힘들어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나면 그때 통보하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미수습자 가족들은 장례를 마칠 때까지 유골 수습사실을 알지 못했다. 발견 닷새 뒤인 22일 현장본부 담당자에게 사실관계를 거꾸로 물어봐야 했다. 그동안 김 장관은 자신이 내린 지시가 이행되고 있는지 챙기지 않았다. 해수부는 이날 이 본부장을 보직해임하고 본부대기 조치했다.


◇ 풀리지 않는 의문점

① 미수습자 가족, ‘희망 고문’ 원하지 않았다?
해수부 설명을 종합하면 김현태 부본부장의 의도는 발견된 유골 주인이 미수습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미수습자 장례일정이 끝날 때까지 발견 사실을 덮어뒀다는 것이다. 현장 책임자 입장에서 수년간 고통받아온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희망 고문’을 하기 싫었다는 취지다.

김 장관은 “21일 고 조은화·허다윤양 어머니에게만 통지한 이유는 혹시 그 골편이 은화나 다윤이일 것이라고 예단한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연락한 것도 삼우제 날인 22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체 수색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된 손목뼈가 기존에 유골이 수습된 피해자의 것이라고 예단한 이유는 석연치 않다. 해수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뼛조각이 발견된 곳이 고 조은화·허다윤 양의 유골이 발견된 곳 부근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습본부 실무진이 유골의 주인을 조양이나 허양이라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 해수부는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② 유골 발견은 왜 장관에게 즉시 보고되지 않았나?
조사결과를 보면 해수부의 보고체계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은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최초 유골 발견 시점은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쯤이라고 밝혔다.

류 감사관은 “상하이샐비지 소속 작업자가 발견한 뒤 11시30분쯤 현장본부 수습팀장이 확인했다”며 “김 부본부장은 오후 1시30분쯤 이 사실을 보고받은 뒤 미수습자 가족들의 추모식과 장례 일정 차질을 우려해 비공개를 지시했고, 장례 이후 사실 전파에 대해 이철조 선체수습본부장과도 사전 협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런 사실을 20일 오후 5시가 돼서야 보고받았다. 김 장관은 유골이 발견된 다음날인 18일 열린 미수습자 장례식에도 참석했지만 수습본부 실무진은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왜 보고를 안했는지 모르겠다. 저도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뒤늦게 보고를 받은 김 장관이 “매뉴얼대로 가족들에게 통보하라”고 지시했지만 수습본부는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21일에서야 일부 가족들과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알렸다. 김 장관은 “제가 지시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행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보고가 안 된 것은 22일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18일 장관에게 왜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때는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다. 18일 추모식을 오전 9시부터 하려 했는데 전날 세워둔 제단이 강풍에 쓰러져 새벽부터 장소를 실내로 바꾸면서 정신이 없었다”고 얼버무렸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