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생활 3년차인 A사무관은 정부세종청사 당직근무를 설 때마다 종종 당혹감을 느낀다.
그를 곤혹스럽게 하는 존재는 바로 당직폰이다. 당직폰은 당직자가 순찰을 돌거나 공휴일 근무날 외부에 식사하러 나갈 경우 사용하도록 비치한 휴대전화다. 편리를 위해 비치했지만 A사무관과 같은 신세대에게는 때론 애물단지다. 당직폰은 1990년대 후반 유행하던 ‘2G 폴더폰’이다. A사무관은 “가끔 지방청 당직자가 문자라도 보내오면 어떻게 답장을 해야 할지 고민에 휩싸인다”고 털어놨다.
비단 A사무관만 겪는 일은 아니다. 정부부처별로 마련된 당직실에는 야간 및 공휴일에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는 인력들이 있다. 남성의 경우 야간 숙직, 여성은 공휴일 일직 담당이다. 5급 이하 공무원이라면 일반적으로 누구나 순번이 돌아온다. 한 번쯤은 당직폰과 대면해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출시 이전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A사무관처럼 최근 들어 공직을 시작한 젊은 공무원들에게 폴더폰은 생소하기만 하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2G 휴대폰의 경우 재난문자를 받을 수 없다. 비상 상황을 염두에 둔 당직근무지만 포항 지진처럼 큰일이 나도 재난상황 전파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은 5G 기술을 선보이지만 공직사회는 여전히 2G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