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플피디아] “국어 41번 뭐죠? 코딩영역인가요” 수능 이색 문항들

입력 2017-11-23 23:43 수정 2017-11-24 03:51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38~42번 문항의 지문(왼쪽). 오른쪽은 가장 어려웠던 것 중 하나로 평가되는 41번 문항.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영역을 놓고 ‘코딩영역’이라는 응시생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호화 기술이나 데이터 시스템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상대적으로 쉽게 풀 수 있는 지문과 문항이 출제되면서다. 과학탐구영역에선 경북 포항 지진을 예상이라도 한 듯 지진 관련 문항이 등장했다. 한국사영역은 유신시대나 6월 항쟁에 대한 평가를 물은 문항으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 수능에서도 이색적인 문항들이 응시생의 진땀을 뺐다.

1. 국어영역… ‘코딩’에 ‘오버슈팅’까지

응시생은 국어영역 14번째 장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38~42번 문항 앞에 부호화 기술과 데이터 시스템에 대한 지문이 나왔다. 아래는 지문의 일부다.

디지털 통신 시스템은 송신기, 채널, 수신기로 구성되며, ⓐ전송할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부호화 과정을 거쳐 전송한다. 영상, 문자 등인 데이터는 ⓑ기호 집합에 있는 기호들의 조합이다. (중략) 소스 부호화는 데이터를 압축하기 위해 기호를 0과 1로 이루어진 부호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어떤 기호가 110과 같은 부호로 변환되었을 때 0 또는 1을 비트라고 하며 이 부호의 비트 수는 3이다. 이때 기호 집합의 엔트로피는 기호 집합에 있는 기호를 부호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평균 비트 수의 최솟값이다. (중략) 삼중 반복 부호화의 부호율은 약 0.33이다. 채널 부호화를 거친 부호들을 채널을 통해 전송하려면 부호들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야 한다. (중략) ‘차동 부호화’는 부호의 비트가 0이면 전압을 유지하고 1이면 전압을 변화시킨다. 차동 부호화를 시작할 때는 기준 신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차동 부호화 직전의 기준 신호가 양(+)의 전압이라면 부호 0110은 ‘양, 음, 양, 양’의 전압을 갖는 전기 신호로 변환된다. 수신기에서는 송신기와 동일한 기준 신호를 사용하여, 전압의 변화가 있으면 1로 판단하고 변화가 없으면 0으로 판단한다.

이 지문과 연결된 39번 문제는 ‘윗글을 바탕으로, 2가지 기호로 이루어진 기호 집합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이었다. 객관식 예시는 ‘① 기호들의 발생 확률이 모두 1/2인 경우, 각 기호의 정보량은 동일하다. ② 기호들의 발생 확률이 각각 1/4, 3/4인 경우의 평균 정보량이 최댓값이다. ③ 기호들의 발생 확률이 각각 1/4, 3/4인 경우, 기호의 정보량이 더 많은 것은 발생 확률이 1/4인 기호이다. ④ 기호들의 발생 확률이 모두 1/2인 경우, 기호를 부호화하는데 필요한 평균 비트 수의 최솟값이 최대가 된다. ⑤ 기호들의 발생 확률이 각각 1/4, 3/4인 기호 집합의 엔트로피는 발생 확률이 각각 3/4, 1/4인 기호 집합의 엔트로피와 같다’였다.

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지문과 문항이 맞는지 의문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배점 2점짜리 이 문항의 정답은 홀수형과 짝수형 모두 ②번이다. 이어진 3점짜리 41번 문항의 경우 ‘흐림비맑음흐림’을 ‘01001001’이라는 식으로 부호화해 풀어야 했다.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해 가장 어려웠던 문항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정답은 홀수형과 짝수형 모두 ④번이다.

국어영역 독서 부문에서는 ‘오버슈팅’에 대처하는 정부의 정책을 다룬 문항(27~32번)도 나왔다. 오버슈팅이란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응시생들은 독서 부문도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문가조차 오답을 고를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2. 과학탐구영역… “출제위원이 포항 지진 예상했나?”

과학탐구영역 지구과학 I 과목의 11번은 지진 규모와 관련한 문항이었다. 지진 A·B의 PS시와 최대 진폭을 표(가)로 제시하고, 해당 자료에 대한 옳은 설명을 고르는 지문에서 응시생은 지진 A의 PS시와 최대 진폭을 통해 규모 3.5를 구한 그래픽(나)를 보고 지진 B의 규모를 유추해야 했다. 정답은 지진 A보다 최대 진폭이 더 컸던 지진 B의 규모가 지진 A의 규모(3.5)보다 크다고 적시한 ①번이었다.

이 문항을 본 응시생 중 일부는 당초 예정됐던 수능일(지난 16일)을 하루 앞두고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을 떠올렸다. 교육부는 여진을 우려해 시험일을 일주일 연기했고, 그 결과 수능은 23일에 치러졌다. 수능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시험을 마친 뒤 “감금돼 합숙했던 출제위원들이 포항 지진을 예상이라도 한 것인가” “문항을 본 순간 소름이 돋았다”는 의견이 나왔다.

3. 한국사영역… “바뀐 세상 실감 나네”

한국사영역에서는 유신시대의 과오를 물은 문항이 있었다. 홀수형을 기준으로 18번은 1970년 두 학생의 대화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문항이었다. 남학생은 ‘올 여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더욱 성장할 것이다’라고 성과를 칭찬했다. 반면 여학생은 ‘이번에 일어난 전태일 분신사건은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경부고속도로는 1970년 7월 7일 개통했고, 노동운동가 전태일은 그해 11월 13일 분신해 사망했다. 유신시절의 양면을 함께 드러내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답은 ④번이다. 1987년 6월 항쟁을 촉발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추모 집회 사진 및 지문을 제시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주화 요구를 물은 문항도 이 영역에서 주목을 받았다.

수능 응시생이 23일 경북 포항 제80지구 7시험장인 이동고등학교 정문에서 나와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포항=윤성호 기자

4. 평가는 대체로 ‘불수능’… 영역별 등급컷은?

올해 수능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수능의 경우 매우 어려운 편에 속한 ‘불수능’으로 평가됐다. 올해도 같은 평가가 나왔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평가원은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학년도 수능 출제경향 브리핑을 갖고 “어려워지거나 쉬워지는 개념보다 영역별 특성에 맞춰, 미리 정한 난이도 구간을 잘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전체적으로 전년도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학원가의 대입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이 지난해처럼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어영역과 수학영역에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처음으로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된 영어영역의 경우 무난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어려운 수능은 그동안 고등학교 3학년생보다 재수를 준비하는 졸업생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졸업생은 재학생과 다르게 내신을 걱정하지 않고 수능 공부에 몰입할 수 있다. 올해 수능 응시생 59만3527명 중 재학생은 44만4873명, 졸업생은 14만8654명으로 집계됐다.

오후 8시를 기준으로 메가스터디, 이투스, 유웨이, 종로학원하늘교육 등 입시교육업체의 영역별 등급 구분점수(등급컷) 전망을 종합하면 1등급은 국어 93~34점, 수학 92점, 영어 90점이다. 이 등급컷은 입시교육업체가 참고용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한 추정치다. 실제 등급컷은 달라질 수 있다.

1교시 국어영역 1등급은 93~94점, 2등급은 88점, 3등급은 80~82점이다. 2교시 수학영역의 경우 1등급은 가·나형을 구분하지 않고 92점으로 예상된다. 가형에서 2등급 88점, 3등급 80~84점, 나형에서 2등급 84~88점, 3등급 77~79점 분포를 나타냈다. 3교시 영어영역은 올해 처음으로 절대평가가 시행됐다. 예상 등급컷은 1등급 90점, 2등급 80점, 3등급 70점 등 10점 단위로 나뉜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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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