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와 관련해 같은 당 의원들에게 편지를 일괄 발송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최 의원은 23일 한국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 최경환,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하소연할 길이 없어 의원들에게 글을 올리게 됐다”고 운을 뗀 뒤 “내 인생과 정치생명을 걸고 분명히 말하지만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 권력 기관의 수장인 국정원장이 같은 정부 하의 기재부 장관에게 국정원 특활비 예산 때문에 뇌물을 주고 로비를 했다는 주장은 정치보복을 위한 명백한 음해”라며 “국정원 특활비 예산편성과 국회 심의절차, 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나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의원들은 이런 주장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임을 쉽게 간파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어 “국정원 특활비 총액으로만 편성되는 예산은 기재부 장관이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회에서도 정보위에서만 들여다보는 것으로 예결위 심의 대상도 아니다”라며 “이런 내용은 의원이나 예산 당국자라면 여야를 떠나 누구나 알고 있는 명백한 사안이다. 예산 감액을 막기 위해 기재부 장관인 나에게 로비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울한 심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또 “나에게 그런 뇌물을 줬다는 사람이 이 전 국정원장이란 점은 더 경악하게 만든다”며 “아무리 나를 옭아매고 죽이고 싶다 해도 최소한 사람 간에 상식적으로 통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어떻게 초등학생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몰상식한 주장을 갖고 현직 야당 중진 국회의원을 엮어 넣으려고 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정권 초기 무소불위 권력을 갖고 있다 해도 국회를 우습게 알고 야당을 우습게 알아도 유분수다. 이 전 원장과 나는 2007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함께 도운 사이고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면 전화 한통화면 될 일이지 무슨 뇌물을 주고 로비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검찰에 대해 “언론에 관련 내용을 흘리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국회의장과 사전에 협의해야 하는 의원회관 압수수색 절차도 무시한 채 국회 메인 서버까지 마구 뒤지는 초법적 권력을 휘둘렀다”며 “내 국회 사무실에서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료까지 마구잡이로 가져가 ‘먼지털이’식 표적수사를 기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 정권은 최소한의 상식도 법적 절차와 요건도 깡그리 무시하고 나를 잡아넣어 오직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한풀이에 눈이 멀어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한풀이에 눈먼 정권이 나 한사람에게 만족하겠느냐”고 당 소속 의원들에게 경고했다.
최 의원은 “지금 이 순간 나, 최경환에 대해 실망한 사람들도 있고 섭섭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국정원 특활비 관련 사건은 그런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 오직 가장 기본적인 상식에 입각해 헤아려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최 의원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 전 원장은 “최 의원에게 2014년 10월쯤 돈을 주면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중 특수공작사업비를 사용했다”는 취지로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은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근혜정부 2년차다. 이 전 원장이 국정원 수장으로 부임되고 3개월 뒤였다.
검찰은 오는 28일 최 의원을 소환해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여부와 그 과정, 사용처 등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최 의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입장을 밝힐 계획으로 전해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