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에 대해 23일 공식 사과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전체 세월호 수습과정을 되짚어보고 혹여라도 미진한 사항이 없는지 철저히 재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명백히 밝혀 국민 앞에 상세히 보고드리겠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는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가 발표한 1차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현장책임자인 김현태 선체수습본부 부본부장의 예단에서 시작됐다. 김 장관은 “(유골이 발견된) 17일은 세월호 미수습자 장례식 바로 전날이었기 때문에 유골 주인이 전에 수습됐던 몇 분 중 한 분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예단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골 발견) 가능성이 크지 않은 가족들에게 알려 장례일정에 혼선을 초래하고 2주일간의 확인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게 2년간 가족과 함께 지냈던 현장 책임자 입장에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무진이 유골을 발견한 뒤 닷새가 지나서야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통보한 사실이나 김 장관에게조차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미수습자 가족 ‘희망 고문’ 원하지 않았다?
김 장관과 해수부 설명을 종합하면 김 부본부장의 의도는 발견된 유골 주인이 미수습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미수습자 장례일정이 끝날 때까지 발견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것이다. 현장 책임자 입장에서 수년간 고통받아온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희망 고문’을 하기 싫었다는 취지다. 김 장관은 “21일 고 조은화·허다윤양 어머니에게만 통지한 이유는 혹시 그 골편이 은화나 다윤이일 것이라고 예단한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연락한 것도 삼우제 날인 22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체 수색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된 손목뼈가 기존에 유골이 수습된 피해자의 것이라고 예단한 이유는 석연치 않다. 해수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뼛조각이 발견된 곳이 고 조은화·허다윤 양의 유골이 발견된 곳 부근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습본부 실무진이 유골의 주인을 조양이나 허양이라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 해수부는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유골 발견은 왜 장관에게 즉시 보고되지 않았나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해수부의 보고체계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은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최초 유골 발견 시점은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쯤이라고 밝혔다. 류 감사관은 “상하이샐비지 소속 작업자가 발견한 뒤 11시30분쯤 현장본부 수습팀장이 확인했다”며 “김 부본부장은 오후 1시30분쯤 이 사실을 보고받은 뒤 미수습자 가족들의 추모식과 장례 일정 차질을 우려해 비공개를 지시했고, 장례 이후 사실 전파에 대해 이철조 선체수습본부장과도 사전 협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런 사실을 20일 오후 5시가 돼서야 보고받았다. 김 장관은 유골이 발견된 다음날인 18일 열린 미수습자 장례식에도 참석했지만 수습본부 실무진은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왜 보고를 안했는지 모르겠다. 저도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뒤늦게 보고를 받은 김 장관이 “매뉴얼대로 가족들에게 통보하라”고 지시했지만 수습본부는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21일에서야 일부 가족들과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알렸다. 김 장관은 “제가 지시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행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보고가 안 된 것은 22일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18일 장관에게 왜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때는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다. 18일 추모식을 오전 9시부터 하려 했는데 전날 세워둔 제단이 강풍에 쓰러져 새벽부터 장소를 실내로 바꾸면서 정신이 없었다”고 얼버무렸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